위키노믹스? 그게 뭐지?

입력 2007. 5. 30. 11:03 수정 2007. 5. 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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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민호 기자]

▲ <위키노믹스> 표지
ⓒ2007 21세기북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그 정보량으로만 갖고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라고 불리는 온라인의 백과사전이 몇 년만에 그것을 추월하고 말았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달리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량의 역전은 물론이거니와 매순간 그 격차는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광산업의 골드코프는 '독점자료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깨고 인터넷에 지질학 데이터를 공개했다. 사람들을 통해 금이 묻힌 곳을 찾으려는 의도였다. 이것은 순진한 발상이었다. 아니, 망하기 딱 좋은 발상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런데 골드코프는 2006년에 북미에서 세 번째로 큰 금 생산업체가 됐다. 회사의 생산 비용을 4년 동안 60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기까지 했다.

위키피디아와 골드코프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돈 탭스코트와 앤서니 윌리엄스의 <위키노믹스>에 따르면 그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상징이다. 과거에는 뛰어난 소수가 세계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적인 능력과 천재성으로 세계를 바꾸는 '위키노믹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위키노믹스의 핵심은 '대규모 협업'

위키노믹스의 핵심은 '대규모 협업'이다. 앞의 두 사례를 보자. 정식 직원 5명이 관리하는 위키피디아가 그렇게 성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로그인을 하면 누구나 자기 글을 쓸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10배나 더 방대한 자료가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가 수만 명이니 오죽하겠는가.

물론 개방된 백과사전이라는 사실 때문에 중상모략이나 방해공작에 대처해야 한다는 위험이 있다. 또한 사람들이 자기 관점을 덧붙일 수 있다는 특성도 있다. 그런데 이것 또한 자기정화가 가능하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미 작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폴란드어, 일본어, 히브리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이용할 수 있다. 대규모 협업이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골드코프의 경우는 어떨까? 골드코프가 자료를 공개하기로 한 건 사내의 지질학자들이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 세계에 탐사 과제를 제시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은 금이 묻힌 곳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추 기법이나 데이터 수집 절차 등을 알려주기도 했다. 만약 골드코프가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상상하나 마나한 일이다.

비슷한 경험으로 리눅스를 빼놓을 수 없다.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 버전을 올렸을 때만 사람들은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지 못했다. 그저 해커들의 단기적인 실험 정도만 예상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리눅스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가치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낳았다. 반면에 독점을 하던 회사들은 어찌 됐을까? '무료 대안' 때문에 한동안 당황스러워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개방'하고 '공유'하면 상상도 못할 결과가 나온다

이처럼 <위키노믹스>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위키노믹스'의 장점을 알려주고 있다.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상상도 못했던 결과를 얻은 기업이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단순히 물건만 사는 고객이 아니라 고객도 공동 혁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낙관적인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키노믹스>도 그것을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 협업으로 생긴 '부'가 누군가에게 편중될 수 있고 그에 따라 다수는 그 순간 소외당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말함으로써 암초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암초가 무서워서 돌아가자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 암초의 존재를 알았다면, 그것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밝힐 뿐만 아니라 그것을 위한 대응책 또한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 말들이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도 그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위키노믹스>는 좀 더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사회적으로 짚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오늘을 사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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