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지폐 '먹통' 자판기에 소비자 '분통' 터지네

2007. 5. 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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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부 이은정(36·서울 성북구)씨는 일요일인 지난 27일 딸과 아들에게 동화책을 사주기 위해 대형서점을 찾았다. 그는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동안 커피 한잔이 생각나 자동판매기에 1천원짜리 새 지폐를 집어넣었는데, 자판기가 지폐를 계속 내뱉었다. 왜 그런가 싶어 자판기를 자세히 보니 '신권 불가'라는 글이 조그맣게 적혀 있었다.

지난 1월22일 1천원짜리 새 지폐가 나온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거의 대부분의 자판기들이 새 지폐를 인식하지 못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권기혁 한국자판기운영업협동조합 팀장은 "전국적으로 30만~40만대의 자판기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 10%정도만이 신권을 인식할 수 있는 지폐 식별 장치를 갖춘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나머지 90% 자판기에는 새 지폐가 무용지물인 것이다.

식별장치 교체배용 한대당 20~30만원 정도업계-한은 '시중의 구권 회수' 책임미루기 탓

이처럼 식별 장치 교체가 더딘 것은 옛 지폐의 회수를 놓고 한국은행과 자판기 업계가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권 팀장은 "식별 장치 교체 비용이 자판기 한대당 20만~30만원 정도 되는데, 자판기를 수백대 갖고 있는 업체들은 교체 비용만 수천만원이 들고 한두대를 갖고 있는 영세업자들은 수십만원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한은이 시중에 풀린 구권을 빨리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완 한국자판기공업협회 차장도 "자판기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신권 유통 비율이 50%를 넘어야 교체 비용 대비 매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은이 시중 은행에 구권 회수 할당량을 주는 방식으로 구권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은은 자판기 업계도 옛 지폐 회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반박한다. 나승근 한은 발권정책팀 차장은 "자판기 한대에서 한달에 구권 1천원짜리 200장을 거둬들인다고 보면 자판기 30만대가 회수하는 구권이 한달에 총 6천만장(600억원)이 된다"며 "자판기 업체들이 이를 편의점 등에 다시 유통시키지 말고 은행에서 신권으로 교환해야 신권이 많이 유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집계를 보면, 1천원권 가운데 새 지폐 유통 비율은 25일 현재 38.7%이다. 새 지폐 유통 비율이 매달 3~4%포인트씩 올라가는 추세여서 50%가 넘으려면 8월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창 더울 때 소비자들이 자판기에서 새 지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 시민모임'의 김정자 권익실장은 "한은과 자판기업체들의 책임 미루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양쪽이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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