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99번째 프러포즈' 마침내 우승컵 안았다

2007. 5. 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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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너무나 오랜 기다림이었다. 5년이라는 세월은…. 마침내 그가 18번홀 그린에서 미국무대 첫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한국 동료들은 그에게 달려가 캔코크와 파워에이드 등 음료수를 퍼부으며 축하 세리머리를 해줬다. "그 순간 울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들을 볼 수 없었어요. 그들을 다시 본다면 도망갈 겁니다."

2002년 후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우수한 성적(4위)으로 통과한 뒤 이듬해 미국무대에 본격 데뷔한 김영(27). 수려한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했으나 우승기회를 좀처럼 살리지 못했던 그의 '아메리칸 드림'이 결실을 맺었다. 무려 99개 투어대회 출전 만에….

2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코닝의 코닝컨트리클럽(파72·618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코닝클래식 마지막날 4라운드. 3라운드까지 폴라 크리머(미국) 등과 공동선두였던 김영은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상금 19만5천달러.

김미현(30·KTF)과 폴라 크리머 등의 끈질긴 추격을 3타차로 따돌린 짜릿한 우승이었다. "정말 기분이 좋다. 믿기지 않는다. 우승 후 모든 것이 더 자신 있어졌다." 그동안 곡절이 많았기에 기쁨은 우승 그 이상의 것이었다.

김영이 2003년 투어 데뷔 이후 올린 최고성적은 2005년 브리티시여자오픈과 미즈노클래식에서의 공동 3위. 당시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63타 놀라운 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줄곧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메이저대회에서만 여섯차례나 '톱10'에 드는 등 꾸준히 우승권에 맴돌았고, 결국 이번에 마수걸이 우승을 이끌어냈다.

김영은 미국진출 때부터 신세계와 후원계약을 맺고 지원을 받아왔으나,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해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올해는 스폰서없이 대회에 출전해야만 했다.

첫 우승까지 고비도 적지 않았다. 김영은 이날 7번홀까지 버디 4개를 잡아내며 3타차 단독선두를 달리는 등 신바람을 냈다. 하지만, 8번홀(파4)과 9번홀(파4) 연속 보기로 흔들렸고, 맹추격전을 펼친 크리머·김미현과 홀마다 선두가 바뀌는 치열한 접전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김영은 14번홀(파5)에서 승기를 잡았다. 김미현과 크리머가 보기를 범하는 사이, 김영은 52도 웨지로 세번째샷을 홀 30㎝ 부근에 붙여 버디를 뽑아내며 1타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어 17번홀(파4)에서도 두번째 샷을 홀 옆 60㎝에 떨어뜨리는 환상의 아이언샷으로 다시 버디를 잡아내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영의 우승으로 코닝클래식은 3년 연속 한국 선수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김미현은 이날 준우승으로 10만2669달러를 챙겨 통산상금 702만401달러를 기록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모자 눌러쓰는건…"태양을 피하는 방법"

"왜 모자를 낮게(low) 쓰는가?"

"낮게 쓰다니?"

"당신 얼굴을 볼 수 없다. 이유가 있는가?"

"너무 일찍 늙기 싫어 너무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다."

5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를 정복한 김영. 그는 자신이 경기 때마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플레이를 하는 것에 대해 질문공세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8번홀과 9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위기를 맞았다. 그때 기분은 어땠나.

=초반에는 모든 것이 정말 완벽했다. 버디 4개를 잡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보기 2개를 범하고 나서는 '바람이 내편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침착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14번인가 13번홀에서 내가 공동 2위로 내려갔기 때문에, 김미현의 스코어를 봤다. 그래서 생각했다. 버디 2개만 더 잡으면 우승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17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우승하리라고 생각했나.

=바람이 많이 불었다. 17번홀은 쉽지 않은 곳이라 버디를 잡으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183야드를 남기고 두번째샷을 할 때, 맞바람이 불어 2퍼팅만 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번째샷이 홀에 잘 붙어 쉽게 버디를 할 수 있었다. 대회 때마다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은 없었다. 나는 항상 기복없는 플레이를 해왔다. 이번 우승으로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

-폴라 크리머와 김미현을 제치고 우승했다.

=이들은 정상급이기 때문에 이제 어느 누구도 꺾을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물론 크리머와는 전에도 경기를 했고 이긴 적도 있다. 다시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푹 쉬고 싶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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