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 '행운 부르는 재상'
[한겨레] SK가 지난 시즌 10경기 15⅔이닝 동안 KIA 윤석민을 상대로 터뜨린 안타수는 단 2개였다. 2개는 정경배와 지금은 퇴출된 외국인 선수 피커링이 뽑아낸 것.
천적관계는 올해도 바뀌지 않았다. SK 타선은 17일 윤석민한테서 7회까지 1개의 안타만 뽑아냈다. 그것도 정경배가 쳤다. 그러고도 SK가 이겼다. 3회 2사 1·2루서 박재상(사진)이 친 공을 김종국이 더듬으면서 타점 없는 1-0 승리를 일궈냈다. 1안타 팀 승리는 통산 3번째, 타점없는 1안타 팀 승리는 국내 프로야구 25년 역사상 첫 케이스.
승리의 여신이 SK편을 들어준 건 17일 경기만이 아니었다. 15일 두산전서도 SK는 7-4까지 앞서가다 9회말 정대현이 동점을 내줬고, 연장 11회초에도 먼저 점수를 뽑고도 11회말에 실책이 겹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분위기가 두산으로 넘어가는가 싶었지만, 11회말 1사 만루의 끝내기 패배 위기를 넘긴 뒤 12회초 2사 2루서 평범한 땅볼을 잡은 두산 투수 금민철의 어이없는 송구실책으로 승리했다. 이 때도 타자는 박재상. 이만하면 박재상은 '행운을 부르는 사나이'라 하겠다.
지난해 창단 첫 꼴찌를 기록했던 LG도 2007시즌 초반 운이 제법 따르는 편이다. 안방 개막전에서 2패(1승)를 떠안고 지난 10일 3만 부산팬이 모인 사직구장에서 원정 경기를 치른 LG는 롯데가 실책 6개를 범하며 자멸하는 바람에 손쉽게 승리를 낚았다.
12일 롯데전 승리 때도 비슷했다. 봉중근의 국내 데뷔 첫 승과 4연승 쾌거를 이룬 17일 한화전 때도 LG는 한화 야수들 실책 덕을 봤다. 1-2로 뒤진 5회말 1사후 김상현의 타구를 잡은 한화 3루수 이범호의 송구실책 뒤 곧바로 조인성의 뒤집기 투런포가 작렬했고, 8회말에도 한화 유격수 김민재의 실책을 발판삼아 쐐기 2점을 뽑아냈다.
승패는 실력으로 가려지지만 운도 종종 승부를 좌우한다. 시즌 초반 SK와 LG에 보내는 승리의 여신 미소가 강렬하기만 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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