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정, 새끼 오리 '구하기'
(목포=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인륜을 저버리고 자식이 짐이 된다며 잔인하게 죽이는 세상에 미물인 오리의 새끼 사랑에 해경이 가던 배를 멈추고 벌인 새끼 오리 구조 작전이 눈길을 끈다.
'바다 지킴이' 해경이 바다 한가운데서 급류에 휩쓸려 허우적 거리던 새끼 오리를 안전하게 구조해 엄마 품에 인계한 것은 지난 25일 오전 11시 30분께.
25t 경비정을 타고 경비 업무를 마친 후 목포항으로 귀항중인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장문환 경위는 신안군 자은면 서쪽 해상에서 청둥오리 한 마리를 목격했다.
굉음과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달리는 경비정을 보면 대부분의 오리들은 멀리 피하거나 날아가 버리는데 이 오리는 뭔가를 잃어버린 듯 바다 한 가운데를 빙빙 돌며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장 경위는 "오리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에 경비정 속력을 줄인 후 다가가 보니 급류에 탈진한 채 새끼 오리 3마리가 떠내려 가고 있었다"면서 "어미 오리가 왜 안타깝게 주위를 맴돌았는 지 알았다"고 말했다.
인명 구조가 아닌 오리 구조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장 경위 등 직원들은 빠른 물살에 떠내려 가는 오리 쪽으로 구명환을 던져 오리가 더 이상 휩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았다.
구명환에 오리가 오르자 뜰채로 모두 안전하게 구조한 뒤 따뜻하게 보온 조치를 취했다. 물살이 워낙 강해 어미에게 곧바로 보내 줄 수 없어 속력을 줄여 섬 연안으로 배를 몰았다. 어미 청둥오리도 새끼 오리를 싣고 가던 경비정을 졸졸 따라왔다.
20여 분 정도 항해해 연안에 도착하자 새끼 오리를 어미 품으로 돌려 보냈다. 어미는 고마움을 표하려는 듯 경비정 주위를 돌다 새끼를 데리고 떠났다.
장 경위는 "이 새끼 오리가 커 내년에도 다시 찾아 왔으면 좋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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