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2007. 3. 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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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문예출판사)는 '성장 소설'답게 작가 자신의 젊은 철을 반영한 '자전적 작품'이다. 하지만 문학에 목숨줄을 걸려고 벼르던 내게는 상당한 정도까지, 나의 젊은 시절의 삶의 얼룩이며 자국을 알알이 보아 낼 수 있는 거울과도 같았다. 그건 어느만큼은 '내 작품'이었다.

줄거리를 따질 것도 없다. 소년 주인공, 토니오가 어느 날 사교춤을 배우다가 실수를 해 큰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잖아도 왕따이다시피 한 소년은 그 때문에 친구도, 짝사랑의 소녀도 놓쳐버린다. 가까스로 작가가 된 그는 이젠 부부가 된 남녀를 멀리서나마 다시 보게 된다는 것, 그게 전부다.

그러니까 나도 사건을 뒤쫓아서 줄거리나 엮어대는 알량한 소설들에 중독됐다면 몇 장 안 넘겨 내동댕이쳤을 것이다. 이 책에서 요긴한 것은 꼬마때 시인으로 자처한, 토니오의 마음의 상처, 곧 '트라우마'의 궤적이다. 그건 정신과 영혼의 병력지(病歷誌) 같은 것이다. 상실, 절망, 방황, 그리고 고뇌와 미혹(迷惑)의 엎치락뒤치락이다. 토니오는 인생의 영원한 나그네로서 꿈틀댄다.

그러나 그 병력지가 결국은 탐색이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세속적인 성공, 권력, 돈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본바탕에서 비롯한 꿈을 더듬대는 뜨거운 손길 때문에 앓는 마음의 고통이야말로 삶에 대한 탐구였던 것이다. 그 결과로 드디어 그는 현실세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고통과 방황은 현실 긍정으로 열매 맺은 것이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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