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이사장 "10억 기금 모아 생계·의료 지원"
연극계는 예술인들의 생활고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2005년 설립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연극배우 박정자씨(65)는 "올해까지 10억원을 모아 늦어도 내년부터 실질적 지원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기금마련에 주력, 6억8000만원을 만들었다. 짧은 시간에 비교적 적잖은 기금이 모인 데는 연극을 아끼는 이들의 자발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작고한 차범석씨, 김동원씨를 비롯해 연출가 임영웅씨, 일신방직 김영호 회장, 영화감독 박상호씨, 무대미술가 이병복씨, 앰캐슬 신상수 대표 등이 선뜻 기금을 지원했다.
출연료 1% 기부운동도 벌이고 '2006 연극인 한마음 축제'에서 열린 바자와 갈라쇼에는 배우 윤석화씨 외에 남경주씨, 최정원씨, 전수경씨 등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 했다. 기금마련공연 '당나귀 그림자 재판'에는 연극배우협회 배우 107명이 노개런티로 출연해 무대를 빛냈다. 문화관광부와 삼성문화재단 등에서도 복지재단에 뜻을 더했다. 재단은 오는 27일 '연극의 날'을 전후로 '연극인 사랑 100인 릴레이 기금 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원금은 생계지원과 함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의료지원, 연극인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기초예술인들을 위한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만드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박이사장은 "연극에 평생을 바친 분들이 대학로에 와서 커피 한 잔이라도 드시고 공연 한 편이라도 보실 만한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위사람들로부터 연극하더니 결국 저렇게 초라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극이 관객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그것은 만드는 이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목숨을 걸고 좋은 연극을 만들어 관객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장은교·사진 김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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