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김형범 '이젠 K-리그의 사나이'
(전주=연합뉴스) 옥 철 기자 =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 김형범(23.전북 현대)이 출발부터 심상찮다.
김형범은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시즌 2차전 수원 삼성과 홈 개막전에서 전반 45분 그림같은 프리킥 골로 '레알 수원'의 골문을 꿰뚫었다.
지난 4일 광주 상무전에서 쐐기골을 뽑아낸 데 이어 두 경기 연속골.
고작 두 라운드 치르긴 했지만 이광재(포항), 정조국(FC서울)과 함께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김형범은 골을 넣고도 후반 17분 교체 아웃됐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뒤에서 달려오던 수원 선수에게 오른 무릎을 부딪혀 다쳤다고 한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는 슬리퍼를 신은 채 다리를 절룩거리며 나타났다.
화면엔 멋지게 잡힌 프리킥도 사실 '멍∼한 상태'에 찼다고 했다. 염기훈에게 양보하려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감아차 봤는데 운좋게 네트를 갈랐다고 겸손해 했다.
김형범은 작년까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로 불렸다.
K-리그 팀으로는 처음 아시아 클럽 축구 정상에 오른 전북에 '역전의 명수'라는 별칭을 붙여준 원조 해결사가 김형범이다.
그는 작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만 5골과 2도움을 기록하며 감바 오사카(일본), 다롄 스더(중국) 등 난적을 물리치고 8강 진출 고비를 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하지만 힘찬 날갯짓의 이면에 시련도 적지 않았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찾아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7월엔 교통사고를 당해 생애 처음 뽑힌 K-리그 올스타전에 나오지 못했다.
2004년 울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겨우 신인 티를 벗었지만 지금껏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다. 작년엔 '좌 기훈, 우 형범'이라 불리며 함께 활약했던 염기훈이 리그 신인상을 타며 인기를 독차지했다.
도하아시안게임 대표도 노려봤지만 진한 아쉬움만 남았다.
"올 시즌 첫 골도 그렇고 두 번째 골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동료들이 만들어준 골입니다. 특히 기훈이도 그렇고..."
김형범은 여전히 욕심을 내지 않았다. 마지막 한 마디는 심판진에 던졌다.
"심판 판정에 불만이 없는 팀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팬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심판 아닙니까."
K-리그의 사나이로 거듭나겠다는 김형범의 눈빛은 매섭게 빛났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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