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2007. 3. 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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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용성 교사의 인문 사회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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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것은, 생물적·동물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자신을 타인과 구별되는 존재로 파악하고, 자기 자신을 자신이 속한 가정, 사회,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구성원에게 부여되는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수용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와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을 뜻한다.―<도덕>(교육인적자원부) 38쪽

자아 발견이란, 단순히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조건에 처해 있고, 어떤 가능성과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하여 올바로 아는 것이다. 또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보람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즉, 타인이 나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윤리와 사상>(교육인적자원부) 31쪽

논제 찾아 생각하기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지능이 발달하게 되면 자기보다는 자기 주변에 먼저 눈길을 돌리게 되지. "엄마, 내가 대체 누구예요?"라고 묻는 아이 봤어? 대신에 아이는 "엄마, 저게 뭐예요?"라며 이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묻지. 그러다가 청소년기에 이르면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비로소 생겨. 이처럼 사람은, 먼저 자기 외부 세계를 알려고 하고, 그 다음 자기 내면 세계인 자아의 존재에 눈뜨게 되면서 점차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하게 돼.

최근에 우리 사회도 이제야 청소년기에 접어든 듯해. '나'를 알자는 사회 분위기가 이를 말해 주고 있어. 이런저런 종교에서 여는 '마음 공부'와 '피정(避靜)', '영성 수련'에 사람들이 모이고, 명상을 통해 정신을 수양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 이러한 현상은 물질 만능 시대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 정말이지 20세기는 '외부 세계'에 집착해 우리의 욕망을 좀더 빨리, 좀더 많이 쌓아올리려고 발버둥쳤어. 그런데 이러한 물질 만능주의가 우리 삶의 터전을 흔들어 놓고 급기야 우리의 인간성마저 무너뜨리려 하자, 근대화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일어난 거야. 탈근대(脫近代)를 향한 여러 가지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지.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진정한 '나'를 알자는 움직임이야.

서양철학사에서 자아를 최초로 문제삼은 사람은 소크라테스지. 그가 했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 알지? 우리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테두리 안에서만 세상을 인식해. 이때, 나의 지식이 반드시 참인 것은 아니야. 거짓일 수도 있어. 소크라테스는 기존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와 그런 지식의 참과 거짓을 끊임없이 검토하는 반성적인 나를 구별하여, '반성적인 자아'를 진정한 나라고 했어. 자아를 정신적인 존재로 본 거야.

하지만 우리는 고상한 '정신'만 소유한 존재가 아니야. 우리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육체'를 가진 존재이기도 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바로 이러한 측면을 생각해 '자아'를 육체와 정신의 양면이 합쳐진 것으로 보았어. 그래서 그는 육체의 움직임에 의한 감각이나 경험한 내용이 정신의 지적인 반응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진정한 자아를 알 수 있다고 했지. 자아를 구명(究明)할 때, 정신적인 측면만 강조해 그것만 자아로 보느냐, 아니면 육체와 정신의 합일체로 자아를 보느냐는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논쟁거리야.

그런데 중세에 접어들면서, 인간은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자기 존재를 신에게 의존하게 돼. 이 때, 자아는 신과의 관계에서만 파악될 뿐 '자기다움'을 드러내지 못했어. 신에게 지배당한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인간 자아의 회복이 이뤄지는데, 그 맨 앞에 서 있는 이가 데카르트야.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중세적 사고에 반기를 든 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생각하는 인간의 주체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신의 권력에 의해 존재 의미가 부여된 중세의 세계관을 벗어날 수 있었지.

이를 위해 데카르트가 행한 방법은 회의(懷疑)였어. 그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했어. 그는 권위자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관습적 지식도 믿을 수가 없었고, 경험적 지식 또한 환상, 착각, 꿈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의심했으며, 수학적 지식까지도 사람들이 실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의심했지. 그러나 모든 것을 의심해도, 의심하고 있는 '나'만은 의심할 수 없었어.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의식 활동자로서 '나'를 발견한 거야. 그에게 '나'는 바로 이성적 사유였어. '반성적 사유를 통한 자아 찾기'라는 소크라테스의 전통은 '이성적 사유를 통한 자아 찾기'라는 데카르트의 근대적 자아 찾기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지.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자아'를 모색하며 진정한 '주체'를 형성하려는 레비나스의 말을 들으며 결론 아닌 결론을 맺어야 할 것 같아. 이제까지 서양 철학은 모든 것을 '자아'의 영역으로 환원시켜 버렸어. 나와 다른 것은 나의 필요에 의해 나에게서 배제되거나 나의 틀 속에 포섭됐지. 그리하여 사람조차도 '나'의 필요에 따라 분류되는 사물과 다를 바가 없게 되었지. 이러한 흐름에 대한 반성에서 그는 '타자의 사유'를 내놓았어. 나의 시각에서 벗어나, 남의 시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거야.

하지만 인간의 주체성을 타인과의 윤리적 관계를 통해서 찾고자 하는 그의 견해는, 나의 나 됨을 타인의 존재에 종속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론에 부닥치게 되지. 그러나 '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벌써 어느 하나로 종속되거나 귀속될 수 없는 두 항의 분리를 전제로 해. 그러므로 나의 나됨, 즉 나의 '자기성'의 성립 없이는 윤리적 관계가 가능하지 않아. 홀로 된 단독자이면서, 동시에 타자와 함께 하는 '나'를 깨달을 때 '나'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레비나스의 말은 이래서 더욱 의미를 갖지.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기출 문제로 논제 잡기 

2006학년도 한양대학교 정시 논술 문제 

 (가)의 그림과 설명이 의미하는 바를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에 제시된 데카르트의 논지를 구체적으로 비판한 후, (가)와 (다)를 참고하여 미래 사회에서 새롭게 설정될 인간의 정체성 및 인간과 기계의 상호 관계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가)

  (그림1)은 한국에서 개발한 휴보라고 하는 초기 단계의 컴봇이다. 컴봇은 컴퓨터와 로봇을 결합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컴퓨터는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몸을 가지게 된다. 컴봇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사고 능력을 가진 존재로 진화할 것이다. 사고 능력을 가진 컴봇은 학습이 가능하며, 사람과 협동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소형화 기술과 컴퓨터 설계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컴봇은 병렬 계산을 통해 일반적인 사고를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다. 이 점은 예를 들어 체스 시합 중에 게임의 규칙이 바뀌어도 그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컴봇은 체스 세계 챔피언과 경쟁한다. 

 허버트 사이먼과 엘런 뉴웰과 같은 뛰어난 인공 지능 과학자들은, 컴봇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컴봇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그 나름의 해결책을 고안할 수 있고, 따라서 일반화된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이런 맥락에서 컴봇이 인간의 모든 행태를 흉내낼 정도로 진화한다면 그것은 인간과 동등하다고 주장한다. 

 (그림2)는 미래 휴머노이드의 가상적인 이미지이다. 휴머노이드란 그 모습뿐만 아니라 사고와 행동까지도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진화된 컴봇이다. 미래의 휴머노이드는 고도로 상호 작용적이고 다양한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그런데 미래 우리 삶에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 것인가와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궁극적 물음이다. 우리가 과연 휴머노이드를 존중해야 할 독립적인 사회적 존재로 생각하게 될 것인가? 또는 휴머노이드가 인간처럼 그들만의 사적인 세계를 갖게 될지,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의식 상태를 즐기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나) 17세기 동물과 기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논의의 중심에 데카르트가 있었다. 인간은 이성이 있기 때문에 동물과 다르다고 말한 그는 인간 이외의 동물을 기계로 간주했다.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인간과 기계를 구별한다. 

 지금까지 나는 만약에 원숭이 또는 이성이 없는 다른 동물의 모양과 기관을 가진 기계가 있다면, 이 기계가 동물이 아니라고 말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우리의 몸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가능한 한 우리의 행동을 모방하는 기계가 있다면, 이런 기계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 

 첫째, 기계는 우리가 하듯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 말이나 신호를 사용할 수 없다. 물론 말하는 기계를 만들 수도 있고, 기계에 가해진 물리적 행위에 적절한 말로 대응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기계는 무엇을 원하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고, 다쳤다고 울거나 그 비슷한 일을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계도 인간처럼 상황에 맞게 말을 바꾸지는 못한다. 

 둘째, 비록 그 기계가 인간만큼, 또는 더 잘, 많은 일을 할 수 있어도, 기계는 인간처럼 이성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내부 장치의 배치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이성은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구인 반면에, 기계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일에 따라 특정한 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성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이, 기계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처할 만큼 많은 장치를 가지고 작동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 다음은 인류가 당면할 수도 있을 미래의 상황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이다. 

 A: 여기 기계실엔 문제가 없으면 아무도 내려와 보지 않는다네. 사람들은 작동만 되면 원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지. 난 여기가 좋아. 긴박한 위기가 닥칠 때엔 항상 여기에 와 보는데 우리 지하 도시가 이 기계들 덕에 생존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지. 이 기계들은 우릴 살리고, 지금 또 다른 기계들은 우리를 죽이려고 침입해 오고 있는 중이지. 흥미롭지 않나? 살리고 죽일 수 있는 힘……. 

 B: 그런 힘은 인간인 우리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A: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이곳에 내려와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네. 우리가 기계들에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말이야. 여기 기계들이 우리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만들어 주고 있는데, 지금 침입해 오고 있는 기계들은 우리를 에너지로 쓰려고 하지. 우리도 이 기계들과 다를 게 없지 않나. 

 B: 하지만, 이 기계들이 우리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것들을 조종하고 있지 않습니까? 

 A: 그래 맞아, 이 기계들이 어떻게 우리를…….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 그런데 자꾸 의문이 생기는데, 조종하고 조종받는 관계는 뭘까? 

 B: 우리가 원한다면, 이 기계들의 스위치를 꺼 버릴 수도 있습니다. 

 A: (웃음) 그래 틀림없는 지적이군. 바로 그렇지.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이 기계들을 파괴해 버릴 수도 있지. 그래. 그런데 우리가 만약 이들을 꺼 버리거나 부셔 버린다면, 우리 지하 도시의 빛이나, 난방, 공기……. 생존이 어떻게 되겠나?

 <유의 사항>

 1. 답안지에서 수험 번호의 난은 반드시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표기할 것

 2. 답안은 연필로 쓰지 말고 반드시 검정색 볼펜으로 작성할 것

 3. 답안 작성은 150분 안에 완료할 것

 4. 답안지에는 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바로 시작할 것

 5. 빈칸을 포함하여 1600자 이상 1700자 이내로 쓸 것

 6. 수정 시 수정액/수정테이프를 사용하지 말고, 검정색 볼펜으로 두 줄을 긋고 다시 쓸 것

 7.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표현이나 불필요한 표시를 하지 말 것

 8. 문제지와 연습지도 반드시 제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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