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파격노출 화제연극 '졸업'
졸업 시즌을 맞이해 대학로 연극계가 연극 '졸업'으로 화제다. 1967년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영화 '졸업'을 연극화한 이 작품에서 오랜만에 무대에 선 여배우 김지숙이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펼치며 '인생의 졸업'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숙의 극 중 역할인 로빈슨 부인은 막이 오르자마자 "벤자민, 지퍼 좀 내려줄래?"라는 농염한 말을 던지며 거의 전라와 다름없는 노출을 선보인다. 또한 호텔에서 남자 주인공 벤자민(송창의)과 벌이는 불륜 장면을 사실적으로 재현,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국내 연극에서 이처럼 강도 높은 노출 장면이 등장한 것은 94년 연극 '미란다' 이후 벗는 것 자체가 목적인 일부 연극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지숙 역시 30년 간의 배우 인생 동안 무대 위에서 '옷을 벗기는' 처음이다.
"노출 연기를 제의받았을 때 물론 겁이 났죠. 우리나라 정서상 나이 많은 사람이 벗는다면 말들이 너무 많잖아요(20대 못지않은 늘씬함을 자랑하는 그는 놀랍게도 50대 초반이다). 또 벗었을 때 흉하지 않아야 할 텐데라는 걱정도 들고. 그런데 작품의 전개상 벗지 않으면 극이 시작되지 않아요. 오래 배우 생활을 하다보니 창피한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각 장면을 잘 소화해 내느냐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그래서 (벗는다는 것에 대해) 여성으로서의 갈등은 있었지만 배우로서는 별 망설임이 없었어요."
그는 "벗고 나니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더 만족해 한다"며 웃은 뒤 "제자들(그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도 평소 무서워하는 선생님의 다른 모습이 멋지다며 칭찬을 많이 건넨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김지숙의 노출 연기 외에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볼거리를 많이 갖추고 있다. 4억원을 들인 대작답게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무대 세트는 15번 이상 바뀌면서 영화처럼 장면 장면의 사실감을 드러낸다. 또한 벤자민과 일레인(로빈슨 부인의 딸)의 첫 만남에 등장하는 스트립걸의 존재는 당혹스러우리만큼 노골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하여 벤자민을 좋은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귀공자'로 기대하고 나온 일레인은 그의 무례함에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이 같은 눈요깃감에 비해 연극 '졸업'이 던지는 이야기의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다. 눈은 즐거울지언정 주인공들이 각자 벗어나고 싶어하는 졸업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만으로 가슴은 무거워진다. 돈 많은 부모와 촉망 받는 미래가 주어진 벤자민의 방황, 마찬가지로 다 갖춘 듯 보이는 로빈슨 부인의 정신적 허무, 더이상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부부 관계, 착한 딸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길 사이에서 고뇌하는 일레인의 모습 등에는 삶에 대한 이중적 시선이 담겨 있다.
"그게 바로 남들이 바라보는 내 삶과 다른 내 안의 '벽'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살아가죠. 도도하고 매력적인 로빈슨 부인은 이미 젊음을 잃었다는 점에서 불쌍한 여자예요. 남편은 더이상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지 않죠. 이 작품 하면서 제 또래 여성들의 삶을 많이 생각했어요. 소위 '한국 아줌마'로 불리며 극악스러워지는 것도 여자로서 사랑 받고자 하는 '여성성'을 잃어가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로 인해 극장문을 나서면 노출의 강렬함은 스르르 사라지고 '당신은 지금 무엇으로부터 졸업하기를 원하십니까'라는 가슴 속 답답함이 툭툭 터져나온다. 미끼 전략인 노출에만 관심이 있던 관객이라면 실망하리만큼 '진지하고 다소 지루한' 작품이다.
〈문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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