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만원권 지폐 도안 '혼천의' 오류 논란
한국은행이 22일부터 발행하는 1만원권 신권 도안에 '혼천의(渾天儀)'가 들어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의 독창적 과학창조물인 혼천시계(국보 230호)에서 혼천의만 떼내 신권에 담아서다. 혼천의는 중국에서 유래된 천문관측기구로, 이를 우리 지폐에 사용함에 따라 마치 혼천의가 우리의 대표적 과학유물인 양 혼동할 수 있다.
1만원권 신권 앞면에는 세종대왕 초상화, 뒷면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와 보현산 1.8m 망원경, 혼천의 등의 도안이 들어가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 문중양 교수는 21일 이에 대해 "혼천시계의 과학적 원리는 기계장치에 담겨있다"며 "혼천의는 시계의 운행에 종속돼 돌아가는 일종의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교수는 "혼천의는 원래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 지폐에 사용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과학사학자 전상운 전 성신여대 총장도 "한국은행측이 (내게) 의견을 물었다면 혼천시계 전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과학사를 전공한 한 문화재위원은 "한국은행 직원이 와서 문의하기에 혼천시계와 혼천의는 성격이 다른 만큼 혼천시계 전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김두경 전 발권국장은 이에 대해 "혼천시계의 박스형 디자인이 화폐에 어울리지 않아 보조 소재로 혼천의를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측이 '도안상의 편의'만 고려해 과학적·역사적 의미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같은 혼선이 빚어진 것은 화폐도안자문위원회에 과학사 전공 학자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탓도 크다. 한국은행의 화폐도안자문위원회(총 10명)에는 미술사·산업디자인학과 교수 5명이 외부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한편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www.sina.com)에는 "왜 한국의 지폐에 우리나라(중국)의 것을 사용하느냐"는 질문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
◇혼천시계·혼천의
혼천시계는 서양식 진자의 원리와 추의 중력으로 작동되는 시계. 국보 230호로 지정된 대표적 과학문화 유산이다. 반면 혼천의는 BC 2세기께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1만원권 신권에 쓰인 혼천의는 조선 시대에 제작된 혼천시계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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