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의로운 소' 할머니 곁으로

2007. 1. 1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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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북 상주시 사벌면 주민들이 12일 '의로운 소' 장례식을 성대히 치렀다. 사람이 죽었을 때와 꼭 같이 장례 절차를 밟아 염을 하고 꽃상여에 태워 발인제를 지내며 상주시 사벌면 삼덕리 상주박물관옆에 무덤까지 만들었다. 이날 장례식에는 이정백 상주시장 등 주민 200명이 참석했고 장례추진위원회(위원장 최영숙 상주시 특작과장)도 꾸려졌다. 상주시는 이 소의 무덤을 '의우총'으로 이름짓고 향토민속 사료로 기록을 보존하기로 했다.

죽어서 사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은 이 소는 경북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 임봉선(73)씨가 키우던 암소 누렁이로 지난 11일 저녁 8시40분께 죽었다. 소의 나이는 20살로 사람으로 치면 60대 노인에 해당된다.

누렁이가 '의로운 소'로 불리게 된 것은 14년 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 26일 임씨의 남편 고 서석모씨는 외양간에 있던 누렁이가 고삐가 끊어진 채 사라져, 온 동네를 뒤진 끝에 사흘전에 장례식을 치른 이웃집 김보배 할머니의 묘소에서 찾아냈다. 이곳은 집과 2㎞ 가량 떨어진 산속이다. 서씨는 발견 당시 누렁이가 묘소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소를 달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가 집으로 가지 않고 숨진 김씨의 집으로 들어가 넋을 기리기라도 하듯 빈소 정면에 한참을 서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광경이 많은 문상객들의 눈에 띄면서 누렁이가 의로운 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씨의 큰아들이자 상주였던 서창호씨는 빈소를 찾은 소에게 일반 문상객처럼 접대해야 한다며 이튿날 막걸리, 두부, 양배추 등을 주며 예를 갖췄다. 마을 사람들은 "인정많던 김씨가 매일 소를 찾아왔고, 주인이 없을 때면 소에게 먹이를 줘가며 정을 나눴고, 소도 외양간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각별한 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서씨는 당시 사재를 털어 마을회관 옆에 의로운 소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구대선 박영률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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