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와 서울대, 약과 독

신동립 2006. 12. 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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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배우로 자리매김하려는 탤런트 김태희(26)에게 '서울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독일까, 약인가.

팬터지 대작 '중천' 개봉을 앞두고 김태희가 절치부심하고 있다. 평소 외면해온 인터뷰에도 적극 나서며 스스로를 어필하고 있다.

이들 인터뷰에서 여전히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서울대 출신 지적인 배우'라는 표현이다.

그러자 김태희는 "학벌은 꼭 극복해야 할 산"이라며 마침내 출신에 대한 부담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데뷔시절 김태희에게 서울대 이미지는 분명 도움이 됐다. '예쁜 서울대 여대생'이라는 상품은 그동안 한국 연예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 아이템이었다.

미디어는 김태희와 서울대를 연관시키는 데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였다. 김태희가 역시 서울대 출신인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교양과목에서 A학점 성적표를 받았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될 지경이었다.

사회가 서울대생에 거는 기대와 선입관은 엄연하다. 이를 김태희가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역화살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때 김태희의 영어발음이 시비에 휩싸인 것이 좋은 예다. "서울대 출신이 영어도 못해"라는 얘기가 자연스러웠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도 여느 여배우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서울대 출신이 연기도 못해"라는 궤변에 가까운 비논리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서울대생이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정답이다. 연기까지 잘 할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단지 서울대를 나왔다는 이유 만으로 김태희에게는 만능이 강요되다시피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서울대에는 연극영화과가 없다. 김태희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 연기력을 트레이닝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TV 미니시리즈와 CF 몇 편이 전부다.

따라서 김태희가 '중천'에 출연한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접두사처럼 따라다니는 서울대 브랜드를 떼고 연기자로 뿌리내리려면 작은 영화에서부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야 했다는 것이다.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에 기댄 블록버스터가 김태희의 연기력 발전에 보탬이 될 리 없기 때문이다.

김태희 개인에 대한 불신이 쌓인다면, '서울대' 빼면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시점이다. 서울대 출신이 여전히 약이 될 지, 독으로 작용할 지,'중천' 개봉일이 다가오고 있다./ 김용호기자 y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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