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인 "저 모팔모, 황제 됐습니다"

2006. 11. 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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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자 코미디언으로 변신

KBS2 '웃음 충전소' 새 코너서 화제역 맡아

데뷔 34년만에 팬미팅도 "이 나이에 높은 인기 감사"

MBC <주몽>과 SBS <연개소문> 그리고 KBS <대조영>까지, 요즘 TV는 그야말로 사극 천하다. 사극 천하 시대를 이끌고 있는 고구려 영웅들 못지 않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가 <주몽>의 야철대장 모팔모, 이계인(54)이다. 쇳소리 섞인 독특한 목소리에 코믹하면서도 충직한 모습으로 주가를 올린 그는 이동통신사 등의 CF 두 편을 잇따라 찍었고 '철강산업의 이미지를 높인' 공로로 산업자원부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또 12일에는 데뷔 34년만에 첫 팬 미팅 행사도 가졌다. 매니저 없이 스스로 일정을 관리하는 그는 최근의 인기를 입증이라도 하듯 인터뷰 내내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 때문에 자주 말을 멈춰야 했다.

'늦깎이 스타' 이계인이 이번에는 '황제 등극'을 앞두고 있다. 22일 첫 방송을 하는 KBS2 정통 코미디 <웃음충전소>에서 그는 시사풍자코미디 '대안제국' 코너에서 황제 역을 맡아 뼈있는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처음엔 시트콤 섭외가 들어온 줄 알았어요. 코미디라고 해서 당황했지만, 제가 언제 황제 역할 해보겠어요? 으허허허." 그야말로 '모팔모스러운' 허스키 웃음에 진한 행복감과 기대감이 묻어있다. 하지만 '웃음 천하'를 호령하려면 난관도 있는 법. 지난 주 온 나라를 휩쓴 부동산 광풍과 휘청거리는 정책을 풍자한 첫회 분을 녹화했는데, 그 사이 건설교통부 장관이 낙마하는 바람에 대본을 수정해 재촬영을 해야 했다. "풍자란 시의성이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죠. 코미디는 처음인데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열심히 뛰어야죠."

하루하루가 새로운 요즘이지만, 그는 첫 팬 미팅을 가장 소중한 선물로 꼽는다. 주몽 팬클럽 '주몽신화'가 마련한 이 만남에는 동년배에서부터 코흘리개까지 150여명이 참석했다. "한 40대 남성 팬은 중학생 때부터 모은 거라며 제가 출연한 작품의 사진들을 스크랩 해서 주었어요. 너무 놀라서 처음에는 경규의 <몰래카메라>인 줄 알고 반신반의했지요."

이계인은 1972년 MBC 공채 5기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고두심과 박정수가 동기다. 그는 비록 스타는 아니었지만 대중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1970년대엔 <수사반장>의 단골 범인이었죠. 하지만 잡범이 아니라 지강헌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 온 인물들을 맡았어요. <전원일기>에서는 비중은 작았지만 의미있는 역할인 '노마 아빠'로 20년간 살았고요."

그에게도 영화로 인기를 누린 시절이 있었다. <내가 버린 여자>(1977) <제3한강교>(1979)에서 이영옥 원미경 등 당대 여배우들과 공연해 흥행의 단맛도 봤다. 그러나 비운의 복서 김득구를 그린 <울지 않는 호랑이>(1984)의 흥행 참패 이후 드라마에 전념했다. 그는 "영화 섭외가 안 들어오기도 했지만 스스로 지나친 욕심을 부리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팬들이 제게 '우리 시대 서민의 자화상'이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는 팬 미팅에서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에서부터 왈칵 눈물이 솟았다고 한다. 지나온 35년이 그랬듯이, 그 말은 남은 연기 인생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이 나이에 높은 인기, 비중 있는 배역만 탐내서야 되겠습니까. 저를 찾는 분들이 있는 한 열심히 연기하고, 떠나야 할 때가 되면 행복하게 떠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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