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들 다 모여라!"

2006. 11. 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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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은미 기자]

ⓒ2006 Mnet

'모여라 꿈동산'이 아이들에게 꿈을 줬다면, '모여라 이(빨)동산'인 신동엽의 '톡킹 18금(Talk king 18禁)'은 말 잘하는 이들에게 꿈을 줬다. 남산 위의 소나무가 두른 것보다 더 단단한 철갑을 치아에 두른 말발 대마왕들이 모였다. 지루함으로부터 세계 혹은 TV를 구하기 위해서?

신동엽의 '톡킹 18금'은 Mnet이 야심차게 시작해 숨차게 달려가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신동엽이 대표로 있는 DY엔터테인먼트와 Mnet이 공동 제작한다. 본방송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물론 케이블 TV 특성상 재방은 필수다.

이 프로의 룰은 간단하다. 말 잘하는 인간 모여라. 연예인 말고 19살 이상 아무나. 그리고 겨룬다. 토크의 왕인 '톡킹'이 될 때까지. 맞다. 이것도 서바이버다. 살아남는 자, 살아남아 제일 센 자가 '톡킹'으로 등극한다. 등극한다고 해서 권좌에서 꼭 내려가야 할 필요도 없다.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끝도 없이 계속 나올 수도 있다. 새로운 토커들이 들어올 때마다, 말 못한 토커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성대모사 못하고 사투리조차 못하고 그런 건 잘 못해도 말은 정말 재밌게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데요. 그런 사람들이 방송에 입문할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2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야외녹화 현장에서 만난 신동엽이 말했다. 그거였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 혹은 의도가. 개그맨이 아니라 오로지 말로 청중을 사로잡을 엔터테이너 발굴을 위하여다. 그런데 왜?

웃길 줄 아는 사람은 정말 특별한 사람

"말 잘하는 사람은 많아요. 아주 똑똑하고 자기 생각하는 걸 논리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건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더 잘할 수 있고, 세련되게 애기할 수 있고,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웃긴 사람은 참 보기 힘들어요. 게다가 웃기는 건 본인 노력과 크게 상관있지 않아요. 그건 선천적인 거예요. 노래도 열심히 하면 나아지지만, 선천적으로 노래 잘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잖아요. 그런 거랑 비슷해요. 선천적인 재능이 있으면서, 거기에 논리적이고 인간적, 매력적으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을 찾으려고 해요."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가? 지금껏 본 바로도, 아슬아슬하다.

"출연한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친구들 사이에서 되게 웃긴데, 여기에서 왜 사람들을 못 웃길까' 그런 소릴 되게 많이 해요.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또 위압적 분위기에 낯선 환경에, 웃겨야 한단 강박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웃길 수 있는 건, 굉장히 어마어마한 거예요."

그는 그렇게 해서 스타가 되는 이들은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운도 따라야 되겠지만…. 그런데 말 잘하는 게 뭘까? 혼을 쏙 빼도록 재밌는 이야길 재밌고 그럴싸하게 얘기하는 거?

"그건 집에서 연습을 하고 거울 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문젠 그 다음이에요. 저흰 순발력을 가장 크게 보죠."

오호. 순발력 있게 받아치는 말발이야말로 신동엽 주특기 아닌가? 이 말을 하자마자 그는 대뜸 1초도 쉬지 않고 말했다.

"아니요. 전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런! 믿는다치고, 궁금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혹시 중요한 게 있다면?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술자리에서 일어났던 일, 그 사람 얘길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하게 돼요. 남자 얘길 마치 여자 얘기인 것처럼, 기혼자 얘긴데 미혼자 얘기인 것처럼, 그건 내 마음이에요. 딴 사람 이야길 섞어서 마치 실화인 것처럼 얘길 하고 그런 것들이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어쨌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법 다 동원해서 습득하는 게 좋아요. 그게 책이나 신문이나 인터넷이나 잡지나 등등등 무엇이든지. 많이 섭취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웃기는 재능이 있는 사람은 그걸 남을 웃기는데 이용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나도 얼굴 뻘게진 적 있어

ⓒ2006 Mnet

그런데 지상파에서도 섭외가 폭주하는 그가 왜 케이블 TV에? 언젠가 그는 케이블 TV가 더 자유롭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혹시 그래서?

"그리 크진 않아요. 다만 케이블 채널에선 여러 가지 것들을 시도하려는 용기가 더 많아요. 공중파에선 지레 겁을 먹고, 시청자들도 거기 익숙하죠. 만약에 우리 방송의 역사가 검열이 심하지 않고 순탄하게 왔으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방송 됐을 거예요.

예를 들어 유럽이나 일본에선 공중파에서 우린 상상도 못할 정도의 여러 가지 것들을 다루잖아요. 시간대가 꼭 성인 시간대도 아니구요. 독일 같은 경우는 밤 9시 반이면 다 나오고 섹스 하는 장면도 나오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그게 아이들 교육에 안 좋았다면, 독일이 뭐 망했나요? 일본이 벌써 망했어야죠.

그런데 우린 정서적으로 그렇고, 역사상 배경 때문에 더딜 뿐이다 생각해요. 케이블에서 숨통을 틔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혹시 야한 이야기를 말하는 건 아닐까? 최근 케이블 TV의 선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좀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얘긴 공중파 쇼 프로그램에서도 예전보다 좀 더 하는 분위기예요. '야심만만'도 그렇고, 예전에 내가 했던 '쟁반 노래방'도 그렇고. 예전 같으면 '어우. 쟤네들 좀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얘길 하거든요. 다만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공중파는 케이블 TV가 보여주는 나이브 한 거, 굉장히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여러 가지에 도전하는 건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괜찮을까? 가끔 보면 아슬아슬하다. 예전에 한 출연자는 여자 친구와 모텔 간 이야기까지 나왔다. '톡킹 18금'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즐긴다. 위험 수위에 가까이 갔다 싶으면 신동엽이 아슬아슬하게 끼어들어 자른다.

"처음엔 출연자들이 친구들하고 술 먹으며 얘기하는 그런 톤으로 얘길 하니까. 서로 별의별 얘길 다 하는 거예요. 그런데 방송상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 것들을 우회적으로 했을 때 오히려 시청자들이 더 쾌감을 느끼고 재밌게 생각하는데, 그걸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불쾌감이 느껴지잖아요.

그런 것들을 조심해라 하는데, 아무래도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그런 게 잘 안돼서 깜짝깜짝 놀래는 게 한두 번이 아닌데요. 아마추어들이 능수능란하길 기대한다는 게 무리죠. 그런데도 세 달 정도 되니까…, 본인들이 어느 정도 알죠."

그는 확신 어린 말투로 말했다. 내년 이맘때쯤 되면 '톡킹 18금'에 나온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굉장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촉망받을 거라나?

그건 그렇고, 궁금했다. '말발'로 만리장성을 쌓고, '말발'로 에펠탑도 가뿐하게 들어 옮길 듯한 '말발 대마왕' 신동엽도 당황했을 때가 있었을까? 이 아마추어들하고 말하다?

"있어요. 연예인들하고 할 땐 연예인들 순발력을 보기 위해서 갑자기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러면 순간적으로 '아. 저는…' 그러며 애드립을 한단 말이에요. 연예인들에게 질문할 땐, 저 사람이 '신동엽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란 질문을 할 수 있으니까, 질문을 하면서 '나한테 만약에 물어보면 난 이렇게 얘길 해야지' 미리 생각을 해요.

그런데 아마추어하고 얘기할 땐, '설마 얘네들이…' 하고 내가 어떻게 하겠단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어떤 친구가 아주 그냥 건방지게, '신동엽씨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하는 거예요. 전혀 생각 안 하고 있다가, 얼굴 뻘게지면서, 거기에서 얘길 안 하면 뭐… 제가 그렇게까지 계속 쥐락펴락 하고 있는데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당황하면서 어떻게든 마무리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니, 그렇게 놀라운 내공을 보인 톡커가 누굴까?

"네. 지금 남아있는 친군 아니에요. 그것 때문에 잘렸나? 하하하."

아슬아슬하고 움찔움찔했던, '톡킹 18금' 촬영 현장
Mnet

2일, 목요일밤. 7시를 넘어서자 청담동 Mnet 옆에 위치한 포차 '노는 아이'는 반짝반짝 시끌벅적했다. 신동엽의 '톡킹 18금' 녹화 때문이었다. 7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15회까지 나간 이 프로그램이 드디어 이날은 뛰쳐나왔다. 스튜디오를 박차고 포차까지 진출했다. 톡 까놓고 말해, 음주 토크를 하기 위해서다.

상금도 톡톡히 튀었다. 지금껏 주던 '톡킹' 상금 3백만원이 이날 천만 원이 됐다. 그야말로 "말 한 마디로 천만원을 타간다"다.

"이젠 보기만 해도 웃겨요. 폭소소녀 장도연! 치치치침이 너무 많이 튀어요. 차청화. 인상파 몸짱…."

슈퍼키드가 토크 하듯이 기타치고 노래하며 출연자들을 소개했다. 소개 받은 이가 일어나 인사했다. 그냥 인사하지 않았다. 춤을 추고, 끼를 발산했다. 토크의 왕에 이르는 길은 험난하다.

드디어 검정 재킷에 편한 티셔츠, 무릎께가 화끈하게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신동엽이 나타났다. 특집으로 이날 아침부터 하루 종일 톡킹 자질을 증명하는 온갖 미션 테스트를 치른 출연자들에게 신동엽이 물었다.

"누가 오늘 하루 뭐했는지를 연예뉴스 리포터처럼 해보겠어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성현주씨가 대뜸 나섰다. 처음 출연하자마자 성형했다고 고백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성형미인' 성현주. 그는 2대 톡킹이었다. 이젠 오랜 시간 살아남은 출연으로 얼굴이 낯익다.

"제가 할게요. 강유미 기자 버전으로 하겠습니다."

그가 대뜸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가을바람이 서서히 부는 이날 '톡킹 18금' 출연자들이 뭘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가 마이크를 허경환에게 들이댔다. 입담이 예술이라 해서 '아트 토커'란 별명으로 두 번이나 톡킹에 등극한 인물이다. 그가 대뜸 성대모사를 시도했다. 성현주가 얼른 그 말을 낚아채, 강유미 기자 톤으로 말했다.

"네. 시키지도 않았는데 성대모사를 하는 허경환씨. 마이크를 돌리겠습니다."

다들 뒤집어졌다. 이 모든 게 그 자리에서 이뤄진 애드립이었다. 다들 오늘 하루 미션 수행 이야기를 하는데, 신동엽이 대뜸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가오 잡는다'란 말은 방송에서 적합한 용어가 아니에요. '폼을 잡는다'로 하죠."

다른 출연자가 말한 '갑빠'란 말도 적절치 않다고 살짝 꼬집었다. 앗. 뜨거워라.

이야기는 흘러 흘러 '우연히 만난 연예인' 이야기로 흘렀다. 아무도 뒤로 빼지 않았다. 아무한테나 "형님!"이라 부르는 노홍철, 그가 전에 생방송 하다 이명박 전 시장님한테 "고맙습니다. 형님!"이라고 불렀단 이야기에 다들 뒤집어졌다.

신동엽이 불현듯 물었다. 만약 어떤 연예인과 술자리를 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하고싶냐? 남자 출연자가 남자 연예인 이름을 대자, 신동엽이 짖굳게 물었다.

"정말요? 정말 전지현이 온데도요?"

질문을 받은 출연자가 곤혹스럽게 웃다가, 망설이며 말했다.

"전지현씨요."

분위기 썰렁했다.

정해놓지 않은 말들이 마구 흩어졌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또 아슬아슬했다. 웃겨야 한단 강박이 스멀스멀 기어다녔다. 아침 9시에 시작했다는 이번 특집 녹화는 밤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끝날 줄을 몰랐다.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토크 대왕인 '톡킹'에 올라 천만원을 거머쥐었을까? 누가 누가 예술을 넘어 신의 발바닥까지 간질이는 환상적인 말발로 사람들 허파와 스트레스에 500원짜리 동전만한 구멍 냈을까? 아니, 홀랑 편집되지 않으면 다행이게? 무섭고 재밌는 토크쇼 혹은 서바이벌 쇼의 진화. / 조은미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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