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100원짜리 아니네?"..거스름돈 받고보니 외국동전

입력 2006. 8. 28. 10:12 수정 2006. 8. 28. 1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전월경(銅錢越境)'이란 말이 있다. 액면가가 낮은 나라의 동전이 높은 나라의 자동판매기에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동전의 모양과 크기가 서로 똑같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런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 어? 이게 무슨 돈이야?

= 23일 홈플러스 창원점을 찾은 박모(31·마산시 양덕동)씨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꺼내 먹은 뒤 받은 잔돈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00원을 넣고 600원짜리 음료수를 뽑은 뒤 400원을 받았는데 자세히 보니 동전 3개가 100원짜리 동전이 아니었다. 'REPUBLIKA NG PILIPINAS'라고 적힌 것을 보니 필리핀 동전 같았다.

박씨는 혹시나 하고 다시 1000원을 넣고 음료수를 뽑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이상한 동전이 섞여 나왔다. 이렇게 해서 박씨는 그 자판기에서 8개의 필리핀 동전을 받았다.

△ 우리나라 100원과 거의 똑같아

= 박씨가 받은 돈은 필리핀 동전 1페소다. 이 동전은 우리나라 100원짜리 동전과 모양과 크기가 거의 똑같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0원은 지름 24mm에 두께 1.75mm, 무게가 5.42g이다. 1페소는 역시 지름이 24mm로 같으며, 두께는 1.80mm, 무게는 6.1g이다.

또 두 동전 모두 니켈과 구리를 25대 75 비율로 섞어 만들었다. 테두리 톱니마저도 110여 개로 비슷하다. 때문에 자판기나 동전분류기가 이 둘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1페소는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18원이다. 결국 8페소를 거슬러 받은 박씨는 656원 정도를 손해 봤다.

△ 똑같은 동전 생각보다 많아

= 한국은행은 발권정책팀 나승근 차장은 22일 1페소 말고도 100원과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 다른 나라 동전이 많다고 했다.

나 차장은 "동전에 쓰이는 금속이 구리, 니켈, 아연 등으로 한정돼 있고 사람들이 요구하는 모양과 크기도 비슷하다"며 "나라별로 사용하는 동전을 전부 다르게 만들기는 기술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레이시아의 20센트, 호주 10센트, 뉴질랜드 10센트 등이 100원과 아주 비슷하다는 게 나 차장의 설명이다.

이들 동전은 우리나라 돈으로 따져도 약 50~60원이기 때문에 100원 대용으로 사용해도 큰 '손해'는 없다. 다만 필리핀 1페소의 액면가가 워낙 낮아 문제가 된다는 게 나 차장의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00원처럼 쓰이는 1페소는 대부분 지난 1995년에서 2003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나 차장은 "보통 100원의 제조 비용이 70원"이라며 "필리핀이 제조비용에 비해 낮은 액면가의 돈을 찍어내다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04년부터는 철에다 니켈을 씌워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 한국은행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동전과 비슷한 모양의 '유사동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만큼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나 차장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100원짜리 동전이 60억개"라며 "필리핀 1페소가 100원처럼 사용되고 있다 해도 60억 개를 모두 거둬들이고, 동전 모양을 바꿔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자판기 업계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 관계자는 "동전을 인식하는 센서의 기능을 최대로 높이면 유사 동전을 구별해 낼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그럴 경우 흠집이 생긴 우리 동전까지도 걸러져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어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 qpm@idomin.com /노컷뉴스 제휴사

*위 기사에 대한 모든 법적 권한 및 책임은 경남도민일보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