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창] 6월을 다시 생각해본다

2006. 6. 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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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1987년 6월 민주항쟁 19주년을 맞아 "6월 항쟁과(함께) 민선정부가 들어섰다"며 "차이는 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정부가 아직 6월 정부의 맥을, 인연을 거기서 출발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6월 항쟁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게 국정운영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6월 정부'란 어떤 의미일까.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6월은 분단과 민족상잔, 투쟁으로 상징된다. 1950년 6·25전쟁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2002년 6·29 서해교전 등은 해마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기리는지 설명해준다. 50, 60대 기성세대에게는 6월은 5월부터 시작된 보릿고개로 인해 가장 고통스러운 춘궁기의 기억된다.

6월이 오면 자연스레 고통의 붉은 색을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붉은 색은 공포와 파괴의 '빨갱이'로 연결되며, 서슬퍼런 국가보안법에 옭매인 레드 콤플렉스 시대을 상징했다.

2002년 6월 2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독일 준결승전에서 한국응원단의 4강 캐치프레이즈인 '꿈은 이루어진다'는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다.

'전장의 아픔'이 '광장의 환희'로 바뀐 6월

그러나 오늘의 6월은 달라졌다.

2002 한일월드컵은 붉은 피로 물들었던 '전장의 아픔'이 묻어나는 6월을 붉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광장의 환희'로 바뀌었다. 레드 콤플렉스는'꿈은 이루어진다'는 붉은 악마의 캐치프레이즈로 치환됐다. 이제 붉은 색은 공포와 파괴가 아닌 생명과 정열, 환희의 색깔이다.

9일 시작된 2006 독일월드컵을 맞아 우리 국민들은 다시 붉은 티셔츠를 입고 광장으로 나섰다.

이처럼 붉은 색을 환희와 생명의 색으로 바꾼 것은 민주화와 남북 화해의 역사다.

87년 6·29선언과 2000년 6·15선언은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웠고 남북 화해협력의 시대를 열었다. 또한 우리의 정신을 옭맸던 '레드 컴플렉스'를 벗어던졌다.

하지만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통한 평화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한반도는 언제든지 세계의 화약고가 될 불씨를 안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곧 우리에게 정치·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비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남북 화해협력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시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전쟁과 갈등이 아닌 평화와 화해를 향해 가고 있다. 아직 북핵문제가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있지만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제협력을 통해 전쟁 가능성이 없는 한반도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역사적 의미

판문점의 비무장지대(DMZ)에서 단지 5Km 넘어 있는 개성공단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협의 상징이다. 꺼꾸로 5Km만 남쪽으로 내려오면 경기도가 자랑하는 파주영어마을과 DMZ 16Km 남쪽에는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파주 LCD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개성에서 파주로 이어지는 길이 6·25 전쟁 당시 주요 남침로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상전벽해인 셈이다.

동쪽에는 남북화해시대의 상징인 금강산이 있다.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서해교전이 발생했을 때도 금강산관광은 계속됐다. 남측 관광객들이 금강산을 관광할 때 회를 먹기 위해 찾는 고성항은 얼마 전까지 북한의 잠수함 기지였다.

이러한 것들은 남북 간 화해협력이 이미 평화공존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의 국제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난해하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은 북미 간 갈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져있고, 한일관계는 독도와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북일 국교정상화는 납치문제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중관계는 원만한 듯 보이지만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추진 등으로 양국 간 갈등이 언제 표면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한미관계는 일부 언론의 우려와 달리 상호존중하고 협력하는 미래지향적인 동맹의 시대로 확고히 접어들었다.

대학생 74.4% "대북지원사업은 대북투자 내지 평화비용"

지난 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반가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4.9%가 통일을 바라며, 빠른 시일 내로든 점진적으로든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많은 대학생들은(74.4%) 또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대북지원사업을 대북투자 내지는 평화비용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통일과 남북교류에 대해 젊은이들의 관심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반가운 얘기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의 함정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과정에서 자신이 진정 바라는 답이 아니라 정답이라고 인식된 것을 고르는데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한반도 평화는 결국 우리 손으로 지켜낼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대학생들이 고른 정답은 당위가 아닌 생존의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2006년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은 냉전과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국가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남다르다. 독일은 16년 전 이룩한 통일을 자축하듯 1990년 월드컵 우승을 품에 안았다.

아직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력이 우승을 바랄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의 국운이 계속 융성하고 번창하다보면 월드컵 우승도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바로 그 때가 혹시 한반도에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은 시점은 아닐까.

6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한 '6월 정부'의 의미는 한반도의 평화와 민주화라는 역사적 소명에 부응하는데 있다. 어제의 분단과 절망, 고통을 이겨낸 오늘 6월의 광장이 이제는 통합과 희망, 환희로 가득 차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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