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처럼 떠도는 인간군상..허진 작품전
오늘날 한국화란 어떤 정체성을 지니는가. 더이상 고답적인 주제나 동양화의 기법으로 그린 그림들만을 가리켜 '한국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
서울 팔판동 월전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한국화가 허진의 개인전 '유목동물+인간-문명'에서는 한국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려는 작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남농 허건의 장손인 허씨는 전통 한국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최근 유목주의와 생태주의를 주제 삼아 현대 한국화의 길을 모색해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크게 '익명인간' 연작, '유목동물+인간' 연작, '유목동물+인간-문명' 연작 등 총 23점이 선보인다. 방향을 잃은 흑백의 인간 군상들은 화폭 위에서 부유한다. 양, 얼룩말, 낙타 등 유목동물과 배경은 수없이 작은 미점으로 구성돼 환상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그린 작품들은 현대적이지만 기본적으로 그 출발은 동양적 표현 기법에 있다. 허씨는 "동양화는 한 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는데, 이 획조차도 출발은 점"이며 "동시에 인간과 동물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세포를 점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물질문명의 상징물인 휴대폰, 와인 따개, 형광등, 압정 등 일상의 소품은 자연을 상징하는 유목동물의 이미지와 대비돼 직접적으로 물질 문명 비판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원시적 생명력을 상실한 채 현실을 떠도는 인간군상을 통해 작가는 "문명비판과 자연생태적인 가치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작업 의도를 밝혔다. 20일까지. (02)732-3777
〈윤민용기자 vist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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