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기원 부적 불티 공자묘는 기도 행렬

2006. 6. 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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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막오른 대학입시 풍속도

커닝안경등 사기상술 극성

베이징(北京) 시내 융허궁(雍和宮) 인근에 국자감과 공자묘라는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평소 한산한 곳이지만 일년에 한 번 대학 입시철만 되면 이곳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오는 7~8일 치러지는 입시를 앞두고 올해도 이곳은 학부형과 입시생들의 발길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입시를 앞둔 마지막 주말인 지난 3, 4일엔 입장객이 올 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1977년 문화혁명 종료와 함께 대학입시가 부활된 후 30회차인 이번 시험에는 응시생만도 950만명에 달하며 이 중 260만명이 대학 본과에 진학하게 된다.

중국의 대학입시는 더위와 사람들의 열기가 겹쳐 매년 총성 없는 전쟁처럼 치러진다. 영험함이 믿어지는 상징물에는 어김없이 학부형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입시대목을 노린 상인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학부형들은 입시가 임박해지면 사찰 등을 찾아 고액의 헌금을 주고 `진방티밍(金榜題名ㆍ과거시험에 합격을 기원함)` 등의 기원문을 내붙인다. 학부형과 수험생들이 국자감과 공자묘를 찾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자감 옥석교 난간에는 올해도 합격을 기원하는 빨간 색깔의 기복패가 수북이 내걸렸다. 4일 한 학부형은 옥석교에서 누군가에게 "합격 커트라인을 모르는데 기복패에 몇 점을 적어 넣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상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희망 학교와 학과만 써도 효험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복패는 국자감을 대표하는 브랜드 상품이 듯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날 국자감과 공자묘에는 융허궁 인근의 향 판매상들까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쉐예유청(學業有成)`이라고 적힌 60~100위안(약 7800~1만3000원)짜리 대형 향이 순식간에 수백 개나 팔려나가고 향을 사르는 냄새와 연기가 경내를 뒤덮었다.

입시가 임박하면서 호텔과 유통가의 입시 마케팅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입시장원 방(房)과 총명한 기를 담은 영양식사 등을 앞세워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중관춘(中關村) 인근 베이징옌산(燕山) 대주점은 667위안(약 8만6710원) 하는 객실을 입시 `장원 방`으로 꾸며 염가인 368위안(약 4만7840원)에 제공하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는 기피숫자인 3자와 13자가 들어있는 방 번호를 모두 다른 번호로 교체하는 기민함을 보인다. 대신 `순리`를 뜻하는 6자 번호가 들어간 방을 여러 개 급조했다. 슈퍼와 약국에서는 두뇌활동 촉진제 판매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어났고 서점마다 카오스바오뎬(考試寶典) 등의 수험서적이 판매대를 빼곡이 채우고 있다.

이번 입시 마케팅에는 100~800위안(약 1만3000~10만4000원) 하는 수험생 전용 영양식도 등장했다. 이들 상품들은 `첸청스진(前程似錦)` `왕쯔청룽(望子成龍)` `진방티밍` 등 입시생의 전도와 성공을 기원하는 이름을 달고 있다.

학부형과 수험생, 상인 등 수억명의 입시 관계자들이 뿜어내는 열기 앞에서는 시험 당일 전국에 `대입 쿠수(酷暑ㆍ맹렬한 더위)`가 없을 것이라는 기상대의 예보조차 왠지 맥빠지게 들린다. 블랙마켓에서는 학부형과 수험생들의 약점을 노린 사기 상술이 활개를 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을 채용했다는 1000~2000위안(약 13만~26만원)짜리 커닝 안경과 100%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커닝 수신기가 수험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3~4위안(약 390~520원)짜리 기적의 형광성 커닝 볼펜이 유통되기 시작했으며, 인터넷과 휴대폰 단신에는 아예 30차 대입시험문제와 답안을 제공하겠다는 사기광고까지 등장하면서 이틀 남은 대학입시가 과열의 꼭짓점으로 치닫고 있다.

베이징=최헌규 특파원(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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