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뚫린 평택 이모저모..군인들 호신기구 없어 시위대 난입에 무방비

2006. 5. 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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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지역 일대에 4일 군이 설치한 철조망 20여곳이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난입으로 5일 크게 훼손됐다.

군은 철조망을 뚫고 난입한 시위자 8명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데 이어 현장 채증을 통해 폭력행위자와 철조망 절단자 등을 가려 폭행과 시설물 훼손 등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민주노총과 한총련 등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회원 12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쯤 본정리 본정농협,계양삼거리 등에서 경찰 저지선과 군이 설치한 철조망을 뚫고 3시간여 동안 걸어 대추리 마을로 진입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부산과 광주 등지에서 올라온 노동자·학생 1000여명은 이날 오후 4시40분쯤 논둑길을 통해 대추리 마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도두리 들녘에 전날 군이 설치한 철조망 10여곳을 미리 준비한 절단기로 자르고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추리 들녘에서 일부 철조망이 망가지고 철조망 설치지역 안의 군 막사 20여동이 부서졌다.

또 도두리 문무인상을 지나 대추리 마을로 들어온 시민단체 회원 200여명도 철조망을 뚫고 진입해 먼저 도착한 시위대와 합류했다. 이들 시위대는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 규탄 결의대회를 가졌다.

대회를 마친 시위대는 대추리 황새울 들녘으로 행진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오후 6시40분쯤 1200여명의 시위대는 반대쪽 철조망을 절단기로 잘라내며 평택 K-6(캠프 험프리스)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어 시위대는 7시20분쯤 대추리 평화공원에 다시 집결했으나 경찰이 적극 가담자를 체포하자 오후 9시쯤 자진해산했다. 대추리 들녁은 그제서야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호신용 기구도 없이 무방비로 시위대를 막아선 군인 가운데 10여명이 일부 시위대가 휘두른 죽봉에 맞아 부상했다. 눈 부위에 심한 상처를 입은 병사와 팔이 부러진 병사 등 2명이 긴급 투입된 헬기에 실려 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다.

군은 또 경찰 저지선이 뚫리면서 군과 시위대가 직접 접촉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경찰 병력 일부를 철조망 내부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경찰 병력을 당초 49개 중대에서 10개 중대를 추가 배치했다.

하지만 70만평에 이미 볍씨를 파종하고 못자리까지 설치한 주민들과 '평택 미군기지 확정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영농 활동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대추리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범대위측은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결의대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며 투쟁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농지는 기지 부지로 수용됐더라도 이미 싹을 틔운 벼는 농민들의 피와 땀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의지"라고 말했다. 김지태 대추리 이장은 영농 강행 의사를 거듭 밝혔다. 범대위는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140여명의 주민과 시민,학생이 다쳤다면서 경기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군경과 주민들간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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