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성직자도 세금 내야' 국세청에 민원

2006. 4. 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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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범태 기자]

▲ 종비련 회원이 국세청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2006 김범태

성직자들에 대한 소득세 납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가고 있는 가운데 그간 종교인 탈세방지 범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해 온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대표 이드, 이하 종비련)는 그동안 서명에 참여한 3500여명의 시민명단과 함께 국세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종비련은 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앞에서 종교인 탈세방지 범국민서명운동 경과보고와 민원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 종교인들에게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상식에 맞는 조세 행정을 시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영등포역, 홍익대 앞 등 서울 시내 주요 거리와 종교단체 앞에서 실시해 온 종교인 소득세 징수 요구 서명자 명단과 관련 서류 등을 국세청에 민원으로 접수했다. 종비련은 이날 오전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등에도 같은 내용을 온라인으로 민원 제기했다.

종비련 이드 대표는 "대한민국의 소득세 법률에는 목사 등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면세 조항이 분명히 없지만, 국세청은 종교인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탈세를 하고 있고, 세금을 징수해야 할 국세청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의무이며, 더 나아가 종교인에게는 공동체에 무임승차하지 않겠다는 종교적 봉사이기도 하다"고 전제하며 "종교인이라는 특수계급을 인정하고 있는 한, 국세청은 조세평등주의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종교인 과세 논란 '어제와 오늘'

국세청, 성직자도 갑근세 부과->성직자 자율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문제는 그동안 비과세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개토론마저 금기시되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68년 7월 2일 국세청장 명의로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갑종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었다. 1992년 1월부터 7월까지 기독언론인 '월간 목회'에서는 한명수 목사와 손봉호 교수 간의 소득세 납부 찬반논쟁이 전개되기도 했다.

1992년 9월 18일 국세청은 성직자의 과세문제에 대하여 강제 징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성직자의 자율에 맡긴다는 뜻을 공식 발표했으며, 지난 2월 2일부터 종비련은 종교인 탈세방지 서명운동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실시했다. / 김범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특히 그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현직 목회자들의 소득세 납부 선언도 이어졌다. 인천평화교회(기장) 윤인중 목사와 인천나섬교회(기장) 백영민 목사, 인천예본교회(예장) 정한식 목사, 충북 진천교회(기장) 고은영 목사 등 개신교 목회자 4명은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의 소득을 정확히 신고할 것이며, 이에 따른 소득세를 납부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정강길 생명평화기독연대 신학위원장이 대독한 '소득세 납부선언문'에서 이들 목회자는 "우리의 이러한 결단이 대한민국 모든 종교인들의 소득세 납부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임을 기대하며, 한국 교회 회계의 투명성에도 기여하고 크게는 전체 교회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종파와 교단을 떠나 대한민국 모든 종교인들이 소득세 납부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종비련 관계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월 1억 이상 버는 종교인이 어떻게 봉사직인가' '외국 종교인도 세금 낸다. 한국 종교인도 징수하라' '종교인 과세가 이중과세라면 세금 낼 국민 하나도 없다'는 등의 문구가 써진 피켓을 들고 나와 "이미 관습화된 종교인들의 탈세행위를 용인하고 있는 국세청은 조속히 종교인 소득세 납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종교인 탈세방지 범국민서명운동을 재정경제부, 국회, 청와대 앞 등으로 장소를 옮겨 거리서명을 계속 펼쳐나갈 예정이며, 5월 초까지 종교인에 대한 납세 부과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국세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할 계획이다.

한편, 종교인들에 대한 세금 징수는 다음,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응답자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4일 현재 네이버에서는 총 3만3119명의 응답자 중 2만8401명(85.75%)이 찬성했으며, 다음에서는 4만1523명 중 3만2357명(77.9%)이 지지의사를 보였다.

시민단체가 밝히는 종교인 소득세 부과 당위성 요지

"세법상 종교인과 일반 근로자 구별할 필요 없어"

▲종교인들의 소득세 납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종비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대부분 종교인은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수령하고, 그것으로 생활하며 자녀를 교육시키고 다른 활동을 하므로 이 역시 보편적 국민의 소득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를 들어 종교인들에게도 소득세를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특정 종교를 국교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의 종교인들도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정교분리, 단일민족국가에 복수종교를 가진 나라에서 종교인들에게만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성직자 소득세 부과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종교인 소득세 면세의 근거는 무엇인가?

- 우리나라의 소득세법은 포괄주의가 아니고 열거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대상자에 대한 열거가 아니고 면세 대상자에 대하여 예외 조항이 있다. 소득세법에 종교인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는 것은 세법상 종교인과 일반 근로자를 전혀 구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나 작가의 경우, 그들 역시 별도의 면세 조항이 없기 때문에 모두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종교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종교인들에게 별도의 면세 조항이 없는 이상, 그들은 당연히 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법에 종교인들에게는 소득세를 거두지 말라는 조항이 있는가?

대한민국은 조세평등주의를 지향하고 있는가?

- 종교인들도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혜택을 누림은 보통의 국민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그러나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50여 년 동안 목사, 신부, 스님 등을 포함하여 대부분 종교인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종교인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공익 성격도 뚜렷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비영리, 사회봉사 단체의 구성원이라도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교 직원이나 시민단체 등 각종 비영리법인의 상근직원에 대한 급여가 좋은 예다.

사정과 현실이 이러함에도 왜 종교인들에게만 과세를 하지 않고 있나? 이러한 관행이 조세평등주의에 합당하다고 생각하나?

소득세 납부는 국민의 의무인가? 선택인가?

천주교는 16개 교구 중 4개 교구를 제외한 대부분 신부, 수사, 수녀들이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개신교도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를 비롯한 몇몇 목회자들이 소득세를 내고 있다.

동일 직종, 같은 직업인들이 누구는 내고, 누구는 내지 않는다는 게 민주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인가? 일부 종교인이 납부하고 있는 소득세는 과연 어떤 규정, 어떤 법 항목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와 세무당국에 묻고 싶다. 납세는 정말 국민의 의무인가? 선택사항인가? / 정리-김범태

/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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