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게이트, 그것이 알고 싶다

2006. 3. 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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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기사 대체 : 30일 오전 11시]

김재록(사진)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파고든 검찰의 수사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2일 김씨를 전격적으로 체포한 뒤 이틀 뒤인 24일 김씨에 대한 구속이 집행됐다. 다시 이틀 뒤, 휴일인 26일에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을 압수수색했고,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 체포, 임직원 출국금지까지 이어졌다.

대형 금융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김재록 게이트'를 두고 재계를 비롯해 금융권, 정치권 등에서 온갖 말들이 무성하다.

"왜 지금 이 때 현대차인가" 하는 질문부터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둘러싼 해석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급성장한 현대차 그룹의 문어발식 경영 확장과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현직 경제 고위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김재록 게이트의 실체와 의혹을 10가지로 정리해 봤다.

1. '금융브로커' '인수합병의 달인'... 김재록은 누구인가

김재록씨에게는 '금융브로커', '기업인수합병의 달인' 등 여러 별명이 있다. 원래 직업은 중국과 러시아 지역을 전공으로 하는 경영 컨설턴트. 그러다가 89년 우연히 이한동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97년 신한국당 경선 때 이 의원의 언론 및 정책담당 특별보좌역을 맡았다.

이후 기아경제연구소 홍보기획담당 이사 등 일을 하다가 97년 대선 직전에 김대중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전략기획특보로 전격 발탁돼 활약했다. 97년말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국민의정부에서 각종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간여하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을 비롯해 대우자동차, 쌍용차, 하이닉스 반도체 실사 계약 등에 개입했다.

2002년에 미국 엔론 사태로 아더앤더슨 본사가 파산하자 한국지사도 문을 닫게 된다. 김씨는 이 멤버들을 모아 인베스투스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후에 대우상용차, 진로 외자유치 등 굵직한 사업의 자문사로 참여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관료와 재계, 금융계 인사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왜 하필 현대차?... 혹시 코드수사?

여러 관측이 나돌고 있다. 기업 쪽에서 나오는 것중 하나가 이른바 정권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코드수사론'이라고 했다.

여기엔 현대차가 그동안 국가경제 운영 기조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을 강조해온 정부 입장과 반대로 현대차가 협력회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온 점이 지적된다. 또 국내투자보단 미국 등지에 공장을 짓는 등 해외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점도 마찬가지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으로의 편법적 경영승계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펄쩍 뛴다. 28일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시중에 여러 가지 불필요한 의혹과 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쪽에서도 기업 경영 판단과 검찰 수사를 연결짓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3. 김재록씨와 현대차의 인연은?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97년 9월께 김씨는 기아경제연구소 등에서 이사로 일했다. 당시 진념 기아그룹 법정관리인과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기아 그룹은 97년 말 사실상 공중분해됐고, 김씨는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 현대그룹에서는 이른바 '왕자의 난'이 벌어진다. 경영권 분쟁인데, 여기서 결국 현재 고 정몽헌 회장 중심의 현대그룹과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그룹이 나뉘게 된다. 그 때 김씨는 현대차 쪽에서 컨설팅을 했다. 김씨가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김씨가 대표로 있던 아더앤더슨은 2000년 중반에 현대차의 미래 전략을 위한 컨설팅을 맡았다. 검찰 쪽에선 당시 현대차 고위임원들과 김씨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4. 현대차 비자금,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나

지금까지는 현대차의 주력 계열사인 글로비스라는 회사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26일 이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상당한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7일엔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을 횡령혐의로 구속했다.

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 물류를 독점해왔다. 따라서 하청업체와의 거래 관계에서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를 상대로 운송량이나 거리·요금 등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돈을 지급한 것처럼 장부에 적는 방법이다. 건설업체들의 수법과 비슷하다.

검찰은 현대차 임원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비자금의 구체적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비자금이 최고경영자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사장까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현대차가 김씨에게 건넨 비자금은 얼마? 어디로?

글로비스에서 김씨에게 건네진 비자금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수십억원이 김씨에게 흘러갔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글로비스가 현대차 그룹 경영의 핵심 계열사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용처는 그룹 핵심 경영사안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찰은 일단 현대차 그룹의 건설 인허가 과정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짓고 있는 서울 양재동의 본사 21층짜리 신축 건물과 충남 당진의 제철소 건설 과정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 밖에 현대차 그룹의 확장 경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의 기업인수나 신규사업 진출 등 그룹 성장과정에서 김씨의 로비자금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2000년 당시 10여개에 불과했던 그룹 계열사는 40개로 늘었고, 재계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부상했다. 사업영역도 커졌다. 또 '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지는 그룹 후계 과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 양재동 현대차 본사 건축 인허가 비리 의혹은 무엇인가?

▲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와 증축중인 현대자동차 연구센터 공사현장.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이 공개적으로 로비 의혹으로 지목한 것은 현대차 양재동 본사 증축 인허가 부분이다. 현대차 그룹이 도시계획 규정에 묶여 사옥 증축이 어려워지자 김씨를 통해 인허가 로비를 청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수년 전부터 충남과 경기도 등지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인력을 본사로 모으기 위해 사옥을 추가로 지을 필요성을 느껴왔다. 하지만 도시계획 관련 규정 때문에 연구개발센터를 양재동에 지을 수 없었고, 서울시도 불가입장이었다. 하지만 당초 어려울 것이라던 인허가 문제는 쉽게 해결되면서, 공사 승인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 주체인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등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서로 먼저 규제완화를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과정에서 현대차의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7. 현대차 경영승계 과정도 수사할까

일단 검찰은 '현재'라는 단서를 달면서,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에 압수수색한 회사들은 현대차 본사 이외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대주주이거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대차 그룹 계열사들이다. 특히 김씨 로비 자금의 출처로 지목되고 있는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운송사업을 독점하며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정 사장은 4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렸다.

정 사장은 그동안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해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편법적 경영승계라는 것이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 결과에 따라선 정씨 부자의 경영권 승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8. '이헌재 사단'은 왜 나오나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헌재 사단'이 거론되는 것은 검찰 수사 방향이 김씨의 로비대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주요 경제부처 고위관료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장관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김씨가 이 전 장관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8년.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전략기획특보였던 김씨는 그 이듬해 대통령 인수위 시절 비상경제대책위원에서 이 전 장관과 처음 만났다.

이후 김씨는 각종 기업과 금융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왔고, 이 과정에서 '이헌재 사단'과 접촉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사단'으로는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박해춘 LG카드 사장·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최범수 전 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꼽힌다.

9. 제2의 '최규선 게이트'로 커지나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지류'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본류'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실기업 처리 과정에서 김씨의 정관계 로비 여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비자금이 정관계로 어떤 식으로든 흘러간 사실이 나오면, 이 자체만으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미 양재동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가 연관돼 있고, 그 최종 승인권자는 이명박 시장이다. 그는 유력 대선후보이기도 하다.

부실기업 처리 과정의 경우 전현직 주요 관료와 국회의원 등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시중엔 김씨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직 경제고위 관료인 L씨를 비롯해,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L씨·정부산하 기관장인 O씨·전 국회의원인 K씨 등의 이름이 나돈다.

현대차 비자금 이외 다른 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조사도 예정돼 있다. 일부에선 자칫 '제2의 최규선 게이트'로 확산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10. 검찰 수사는 언제쯤 끝날까?

아직 모른다. 검찰은 압수수색 분량이 너무 많아 분류하고 복사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린다고 할 정도다. 또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계좌추적도 필요한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은 "청탁 대상자들이 모두 국내의 내로라는 금융전문가들인데 계좌추적에 걸려들 정도로 허술했겠냐"는 반응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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