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쏟아지는 外資..배부른 중국

2006. 3. 30. 14: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인들"고위 관리 만나기 어려워져"…대외 업무추진 곤혹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중국의 기업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요즘 공통적으로 입에 올리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기업인들의 중국 최고 수뇌부 접견도 어렵지 않게 성사됐고 중국 지도자들의 공장 방문도 잦았다.

중국 진출 대기업들은 공장 로비나 사무실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인대(全人大) 상무위원장, 자칭린(賈慶林) 정협(政協) 주석, 쩡칭훙(曾慶紅) 정치국 상무위원, 우이(吳儀) 부총리 등 최고 수뇌부들의 공장방문 사진을 `과시용`으로 걸어놓고 있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이들 사진은 대부분 철 지난 것들이고 최근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중국 지도자들과의 접촉이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한국 기업인들 눈에 중국 관리들과 합작 파트너들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때론 고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 대기업의 중국 책임자는 "과거 자본유치에 매진하던 시기에는 조금만 공을 들이면 총리도 쉽게 모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직할시나 성위 서기 만나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근 H그룹이 지도부 요인들과 총수의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를 썼으나 결국 실패했다. 또 대부분의 주요 그룹들이 간헐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나 대부분 허사로 끝났다. 공기관의 베이징사무소의 한 관계자도 "한국 기업인 중에서 후 주석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삼성의 이건희 회장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리펑(李鵬)총리 시절(1988년 4월~1998년 4월)만해도 외자는 중국 관리들에게 있어 진심에서 우러나는 `펑유(朋友)`였으나 지금은 경쟁자인 동시에 시장에서 흔히 부딪치는 사업파트너일 뿐이고 어쩌다 입에 올리는 펑유도 의례적인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사회에서 관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사람 접촉이 힘들어졌다는 것은 사업 환경이 그만큼 척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상 만나야 할 관리들과의 사이에 벽이 높아지다 보니 대외 업무추진이 원활치 못하고 자금과 시간 면에서 이중삼중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전엔 고위 관리들을 만나면 웬만한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 지금은 모든 것을 원칙대로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신규투자와 현대차의 제2공장 승인건, SK의 유화프로젝트가 겉도는 배경에도 일정 정도 이런 환경변화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대기업의 중국 본부장은 "최고위층 지도자들이 전에는 투자규모만 보고도 큰 관심을 가졌으나 이제는 노무관계가 원만하고 기술이전과 공익활동 등 국가정책 호응도가 높은 사업장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웨이하이(威海) 프린터공장은 지난해 후 주석과 우 상무위원장을 잇달아 귀빈으로 맞아들여 주목을 받았다. 산둥(山東)성 내 최대의 외자기업으로 지역 사회기여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 공산당원 교육장까지 운영하는 점 등이 지도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제 외자기업들에 사회관행과 원칙을 준수하는 정도경영과 함께 현지화에 대한 새로운 틀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달라진 태도에 맞춰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k@heraldm.com)

- '대중경제문화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