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로비파문,'승계공식' 개인출자→몰아주기→지분 확보

2006. 3. 2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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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재록씨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현대차 쪽에서는 "영향 없다"는 게 공식 반응이다. 검찰에 현대차 수사는 김재록씨의 불법 혐의를 잡기 위한 곁가지 수사라고 이미 여러차례 못박았다는 점을 들어, 안심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 임원들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대부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검찰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는데다 수사 대상이 그동안 추진해온 후계구도와 밀접한 관련한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서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을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 넘기는 과정은 2001년쯤부터 시작된다. 사업다각화라는 명목으로 비상장 계열사를 정 사장 개인 출자로 잇따라 설립해 그룹 계열사들이 사업을 몰아줘 회사를 키우는 방식이다. 글로비스를 비롯해 본텍, 엠코, 오토에버, 이노션 등이 모두 그런 계열사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바로 이번에 검찰로부터 집중 조사를 받고 있는 글로비스다.

지난 2001년에 설립된 글로비스는 매출이 해마다 평균 70% 가량 증가하면서 대주주(현재 지분율 31.88%)인 정의선 사장에게 수천억원의 이득을 안겨줬다. 지난해 말 상장 이전까지 배당금과 주식매각 대금으로 1447억여원의 이득을 안겨줬고, 상장 이후에는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한때 평가이익이 7천억원대에 이르기도 했다. 최근 주가하락으로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28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정 사장 몫의 가치는 4700여억원이다.

건설회사인 엠코(정사장 지분율 25.1%)나 종합광고회사 이노션(40%) 등 나머지 비상장계열사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 정의선 사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든든한 밑돈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로 이런 구도에 차질을 빚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의 후계구도는 이제 초기단계인데 검찰 수사방향이 여기에 닿지 않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사장은 경영권 승계는 비상장 계열사 출자 주식에서 얻은 이득으로 상장 주력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지렛대 구실을 하는 계열사가 가이차다. 현대그룹 상장 계열사는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어느 한 회사의 지배권만 확보하면 그룹 지배주주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 실제로 정 사장은 지난해부터 본텍 주식 매각대금 등으로 기아차 주식 690만45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1.99%로 늘렸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10%대의 지분율을 확보하려면 추가로 6천억~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 사장은 자금줄 노릇을 해온 글로비스 등에 더 이상 기댈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검찰 수사 결과 비자금 조성과 로비사실이 드러나고 최고 경영진까지 처벌을 받는 상황이 온다면 지금까지 진행해온 후계구도의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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