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한류 영향에.."대륙 매운맛 열풍

2006. 3. 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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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맛 훠궈`등 음식점 불티속 고추 소비도 급증…농산품 유통 판도 변화할듯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중국이 매운 음식문화에서도 한국을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베이징(北京) 사람들은 요즘 한류 붐에 힘입어 고추를 비롯한 `매운 맛`의 음식을 부쩍 선호하고 있다. 주요 음식점과 식품회사, 농수산 취급상들은 식생활의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덩달아 우리의 대중 농산식품 수출시장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시내 KFC 매장에서는 매운 맛의 제품이 일반 메뉴보다 3.5배나 많이 팔린다. 한류와 함께 `매운 맛`이 선진 취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탓이다. 베이징 패스트푸드 시장점유율이 15%에 달하는 베이징 리화콰이찬(麗華快餐) 매장에서도 라쯔지딩(辣子鷄丁ㆍ닭고기를 작은 깍두기모양으로 썰어 매운 고추기름에 볶은 음식) 등 매운 음식이 최고의 효자 메뉴로 부상했다.

사람들 사이에 날로 인기가 높아가는 컵라면과 라면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자러푸(家樂福ㆍ카르푸)와 징커룽(京客隆) 등 대형 슈퍼매장에 나가보면 판매 중인 컵라면 가운데 십중팔구는 중국의 `신라면`격인 얼얼한 맛의 훙샤오뉴러우(紅燒牛肉)다.

이처럼 매워야 팔리는 세태가 되자 식품회사와 일반음식점, 농수산시장 상인들은 매운 맛으로 서비스 메뉴와 취급제품을 교체하고 개량하느라 여념이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음식문화가 격동 중이며 이는 농산식품의 유통에 판도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 식습관의 상징이었던 `난톈베이셴(南甛北咸ㆍ남쪽은 단것을, 북쪽은 짠 음식을 선호한다)`을 `난톈베이라(南甛北辣)`로 고쳐 부를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훠궈(火鍋) 등 중국의 전통음식들도 매운 맛 선풍에 휘말려 들었다. 매운 맛과 거리가 멀었던 취안쥐더(全聚德)는 요즘 매운 맛 오리구이를 내놓고 있다. 쓰촨(四川)요리와 후난(湖南)요리 전문식당이 늘고 있고 기존 음식점들 역시 앞다퉈 매운 음식을 식단에 올리기 시작했다.

차오양(朝陽)구의 한 고급 훠궈식당은 갑자기 변한 고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신규 메뉴로 `김치맛 훠궈` 메뉴를 개발했다. 물과 기름에 삶아낸 믹믹한 맛의 `수이주위(水煮魚)`에도 매운 맛의 개량형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인들이 매운 맛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신파디(新發地)시장 등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라자오(고추)` 출하량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매운 맛을 꺼려했던 베이징 사람들이지만 작년에는 한 사람이 붉고 매운 고추를 매일 3~4개씩 소비했다. 약 1400만의 인구가 매일 650t의 고추를 먹어치웠다는 얘기다.

베이징을 비롯한 북방 쪽 사람들의 입맛 변화가 이제는 중국 농산품의 유통경로까지 바꿀 상황에 이르렀다. 신바디 시장의 한 농산물 도매업자는 "북동부의 고추를 베이징에 집하한 뒤 서남부로 보내는 게 농산물 유통의 관례였는데 이제는 쓰촨 등 중서부 지방의 고추를 베이징으로 실어와야 할 형편"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음식문화의 전매특허인 `매운 맛`이 중국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면서 한국 농수산 식품의 대중 무역역조 개선에도 한가닥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베이징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의 조학영 지사장은 "매운 식품을 포함, 한국의 맛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기호를 잘만 따라잡으면 거꾸로 먹을거리 분야에서도 중국이 황금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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