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사공많은'中개혁號'산으로 가나

2006. 3. 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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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유기업 매각 가속"에 학계 불꽃공방

극좌 네티즌도 가세…백가쟁명式논쟁 가열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중국 `개혁호`가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대논쟁에 휩싸였다.

지도부는 흔들림 없이 개혁을 견지하자고 하는데 사공들이 가타부타 말이 많아졌다. 학계의 공방에 최근에는 네티즌까지 가세해 개혁논쟁이 점입가경의 양상을 띠고 있다. 개혁호의 선장격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나서서 `개혁호는 어떤 난관이 있어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쟁론은 쉽게 멈출 분위기가 아니다.

비주류 경제학계는 `개혁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며 기수를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정책에 직ㆍ간접적으로 간여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국유기업 개혁 등 개혁호의 속력을 더 내야 한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개혁논쟁은 지난 2004년 8월 홍콩의 랑셴핑(郞咸平) 교수가 국유기업 자산개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발단이 됐다. 랑 교수는 국유개혁에 대해 "국유자산을 놓고 벌이는 부자들의 향연에 주류 경제학자들이 장단을 맞추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의 국유기업 개혁이 헐값매각으로 자산가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랑 교수는 서민과 빈곤층의 압도적 지지 속에 졸지에 대중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국민은 지난 10여년간의 국유기업의 부패, 빈부 양극화 등에 공분을 표시했다. 인터넷 사이트 신랑(新浪)과 써우후(搜狐) 여론조사에서는 90%의 네티즌이 랑 교수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법대학의 양판(楊帆) 교수를 비롯해 비주류를 자칭하는 10여명의 비주류 경제학자들도 국유자산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랑 교수에 대해 공개적 지지를 표명했다.

국무원발전연구센터의 우징롄(吳敬璉) 연구원은 다소 온건하지만 역시 국유기업 개혁방식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82세의 노경제학자 류궈광(劉國光)은 지금 `시장`이 전부인 것 같지만 `계획`이 여전히 강한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랑 교수가 직접 겨냥한 주류경제학의 대표인물인 장웨이잉(張維迎)은 비판보다는 사회에 공헌하는 인물이 우대받아야 한다는 완곡한 어법으로 맞받았다.

주류 쪽의 대표주자인 중국 경제체제개혁연구회의 가오상취안(高尙全)회장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혐오를 명분으로 개혁을 부정하는 것은 위험한 사고"라며 "부자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사회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극좌의 성향을 보이며 주류와 비주류를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이디가 `민간문혁파`인 한 네티즌은 양판 교수가 랑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고 나선 데 대해 양 교수 역시 `자산계급의 주구`로 본래 장웨이잉과 한통속이라고 공격했다. 사인방이 류샤오치(劉少奇)를 1호 주자파로 탄핵했던 문혁의 `광풍`을 연상케 하는 주장이다.

이번 논쟁은 근 30년 세월 동안 `개혁호`가 거둔 성과를 배분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당국은 개혁 논쟁 자체에 대해 아직은 별다른 우려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문제를 백일하에 드러내놓고 토론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발전에 유익할 수 있다는 판단인 듯 싶다. 사공이 많아진 개혁호의 앞날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중국 사회의 또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럽게도 느껴진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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