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일본 야구에 한풀이

2006. 3. 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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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승현 기자]캡틴 이종범이 한을 풀었다.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에 흠집을 냈던 일본 야구를 상대로 한 한풀이였다.

1999년 이종범은 일본 주니치 드래건즈에서 2년째를 맞았다. 첫 해 불의의 팔꿈치 부상으로 석달을 쉬는 바람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종범은 2년째가 중요했다. 더구나 팀에서는 유격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꾸라는 주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 해 간사이지방의 야구명문 PL학원고-일본생명을 거친 외야수 후쿠도메가 입단했다. 외야수 한 자리를 놓고 이종범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후쿠도메는 신인답지 않은 플레이로 시즌 초부터 이종범을 압도했다. 결국 이해 후쿠도메는

132경기에 출장, 131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2할8푼3리의 타율에 홈런도 16개나 날렸다. 이후 후쿠도메는 주니치에서 주전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반면 이종범은 점점 벤치를 지키는 경기수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걸핏하면 2군으로 내려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원형탈모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이종범은 2001시즌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야구천재, 바람의 아들, 한국의 이치로 등 일본에 가기 전 그에게 붙었던 수식어도 어느새 빛이 바랬다. 한국 복귀 후 기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언제나 일본은 '기억하기 껄끄러운' 그런 것이었다.

WBC가 시작되기 전 일본 대표팀을 이끌던 이치로가 이른바 '30년 발언'을 했다. 그 때 이종범은 가만이 있었다. 대신 속으로 칼을 갈았다.

지난 5일 WBC 일본전을 앞둔 이종범은 기자에게 물었다. "와타나베에 공 맞으면 아플까요?".

'구속이 그렇게 빠르지 않으니 변화구야 좀 덜 아프지 않겠냐. 그런데 정말 맞으려고 그러느냐'는 대답에 침묵으로 대답했던 이종범은 실제로 게임에 들어가자 두 번이나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볼을 두려워 하지 않고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선 결과였다. 8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일본 마무리 투수 이시이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내 이승엽의 홈런포를 역전 2점 홈런으로 만들기도 했다.

16일 이종범은 다시 일본과 만났다. 도쿄에서의 수모 뿐 아니라 자력으로 4강 티켓을 따내기 위해선 한국에 이겨야 하는 일본은 사력을 다 해 덤벼 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기어이 8회 1사 2,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이종범 타석이 돌아왔다. 이종범은 후지카와가 던진 4구째 직구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좌중간을 뚫었다. 자신의 힘으로 직접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종범은 16일까지 21타수 9안타로 4할2푼9리의 타율을 보이고 있다. 팀내 최고 타율이다.

반면 이종범에게 귀국이라는 쓸쓸함을 안겼던 후쿠도메는 어땠을까. 16일 한국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후쿠도메는 일본 타선의 골칫거리였다. 17타수 2안타로 일본 주전 선수 중 최저타율. 3번 타자가 이 모양이니 왕정치 감독은 8강리그 첫 경기 미국전에 후쿠도메를 5번 타자로 돌리는 고육책을 써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후쿠도메는 16일에도 1회 1사 2루에서 삼진, 4회 선두 타자로 나와 또 다시 삼진을 당한 끝에 6회 대타 긴조로 교체됐다. 처음 일본이 WBC 대표팀을 선발 할 때 '시즌에 충실해야 한다'며 합류를 거부하고 마쓰이의 사퇴로 또 한 번 합류 요청이 있을 때도 '생각해 보겠다'며 무게를 잡던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주장으로 후배들을 이끌며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한국이 두 번씩이나 일본을 꺾는데 앞장선 이종범은 한국야구가 결코 일본에 30년 동안 이기지 못할 수준이 아님을 톡톡히 보여줬다. 한 번은 운이라고 위로할 수도 있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 물론 개인적인 한도 말끔하게 털어냈다.

nang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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