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선 연출 연극 '그녀의 봄'

입력 2006. 2. 16. 17:16 수정 2006. 2. 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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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그는 주인공 경수(김상경)의 춘천 사는 선배로 나왔다. 짝사랑하던 명숙(예지원)이 경수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착한 남자' 역이다. <너는 내 운명>에서는 다방 레지 은하(전도연)를 "병으로 찍어버리는" 나쁜 남자, '여관 구타남'으로 나왔다. 곧 개봉할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도 출연했다.

요즘 영화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김학선(36)의 본업은 희곡 작가 겸 연출가다. 배우는, 이를 테면 '생계형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지금 공연 중인 연극 <그녀의 봄>은 그가 3년만에 내놓은 신작. 남북통일이라는 거시적 주제를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우리에게 다가올 통일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 묻는 '가상 역사물'이다.

배경은 남과 북이 통일을 선언한 지 몇 년 뒤, 통일 시범지구이자 신경제특구인 항구도시 '경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분단이나 전쟁을 통해 남북관계를 묘사하고 있는 데 비해, <그녀의 봄>은 통일 '무렵' 혹은 '이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앞선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통일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대부분 관념적이었어요. 통일이란 것이 편안하게 긍정적으로만 올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예를 들면 개성 공단 같은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생각해봤죠."

그의 말처럼, '경도'는 아름다운 통일의 이상이 펼쳐지는 곳이 아니다. 남쪽 자본가와 북쪽의 군인 출신 조폭 두목이 호텔 소유권을 둘러싼 싸움을 벌이고, 인신매매와 청부살인이 예사로운 '더러운 도시'다. 이 하수구 같은 도시에 흘러든 비운의 인생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 북을 배신하고 남으로 내려간 아버지의 추악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생을 포기해 버린 김철희(최원석)는 목숨을 건 '룰렛' 도박을 하고, 남쪽 자본가 소지성(정승길)의 경호원이자 김철희의 옛 애인 리원석(채국희)은 김철희를 살려내려 애쓴다. 남에서 온 동성애자 한기주(최광일)는 김철희를 사랑하게 된다. 리원석이 남자처럼 길들여진 여자라면, 한기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사람이다.

"통일도 결국 사람 사는 문제 아니겠어요? 물리적 통일만이 아니라 정서의 통일이 중요하죠. 사람 사이의 만남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극이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통일에 대한 탐색은 사라지고, 서로 죽고죽이는 '영화식 문법'만 남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벽체의 색깔과 테이블 보를 바꿈으로써 공간을 전환하는 방식은 새롭고, 함경도 출신 탈북자 부부에게 배운 배우들의 사투리도 안정적이다.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2-919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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