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이혼율 급증 가정도 성장痛

2006. 2. 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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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체제 변화 따른 불안감 심해… 한해 130만쌍 이별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주식과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더니 부부간에 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갈라서고 말았어요."

춘제(春節) 첫날인 지난달 29일 허베이(河北)성 한단(邯鄲)의 한 중국인 가정. 광둥(廣東)성 선전에서 설을 쇠러 온 이 집의 둘째아들은 TV의 연말 쇼프로그램인 `완후이(晩會)`를 보면서 가족에게 직장동료의 이혼담을 늘어놨다.

`결혼 초엔 가난했어도 사이가 좋았는데 부자가 된 뒤에는 오히려 금실이 나빠졌고 부부한테 모두 디싼저(第三者ㆍ애인)가 생기더니 결국에는 헤어지고 말더라`는 게 얘기의 골자였다.

중국에는 최근 이처럼 멀쩡한 가정이 졸지에 풍비박산이 나면서 부부 파혼에 이르는 예가 급증하고 있다. 당국의 통계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부부가 한 해 동안에만 130만쌍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에는 이혼전담 법률사무소와 이혼전문회사(흥신소)가 급증하고 있고 이혼소송 전문 인터넷사이트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변호사들은 소송 때 도시의 경우 2000~1만위안(약 26만~130만원), 농촌에선 500~1000위안(약 6만5000~13만원)의 기본 수임료를 받고 사안에 따라서는 이의 몇배가 넘는 비용을 챙기기도 한다. 흥신소들은 밀회장소의 사진, 비디오, 녹음 등 각종 부정행위 증거물을 모아 의뢰인에게 건네는 대가로 하루 3000위안(약 39만원) 또는 사건마다 1만위안(130만원) 안팎의 대행료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혼 증가 현상에 대해 급격한 사회변화와 이에 따른 불안감, 자아 상실감이 주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얼마 전에 현대가정과 이혼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 `중국식 이혼`이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주부와 외과의사인 남편 간의 불화를 통해 현대 중국의 중산계층과 소시민들이 겪는 가정의 갈등과 이혼문제를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줬다. 극중 인물들은 신뢰와 배신, 전통과 방임, 불안과 도전의 갈림길에서 고민과 방황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현대 중국인 부부는 최소한 과거 중국혁명 이전처럼 이혼을 체면 깎이는 일로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문화혁명 기간 4인방 중 한 명인 왕훙원(王洪文)이 반조류와 반전통을 역설하면 내놓았던 `이혼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구호가 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 같다.

과거와 사정은 다르지만 지금은 개방과 체제이행의 물결을 타고 이혼이 중국 사회의 한 조류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당국으로선 이혼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막을 만한 뚜렷한 처방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이다.

심지어 어떤 사회학자는 가정을 지켜주는 것은 사랑도 돈도 묘약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식 이혼`에서 주인공은 사랑 때문에 모든 걸 얻었지만 또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기도 했다. 시장경제 덕에 벼락부자가 됐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정해체라는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식 이혼`은 어쩌면 `중국식 시장경제`의 산물인 동시에 등가물일지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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