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학문'대신'황금'좇는 지식인

2006. 1. 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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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연구활동 싫다"대박찾아 기업行… ITㆍBT 백만장자 수두룩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얼마 전 한 신문에 베이징(北京)대 의대를 나오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고향에서 가족들과 탕후루(糖葫蘆ㆍ설탕에 잰 과일 꼬치) 장사로 연명하는 구직자의 기사가 실렸다. 이 밖에도 `미국 유학 박사출신의 양계업자, 무명가수가 된 칭화대 공학박사` 등 이른바 고학력 지식인들의 생업난이 심심찮게 화제가 되고 있다. 런민(人民)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한 중국 친구는 요즘 어렵게 자전거 한 대를 마련해 콰이디(快遞ㆍ퀵서비스)로 생업을 꾸려가고 있다.

하나같이 오래 전 문화혁명기 사상개조를 이유로 농촌 벽지에 샤팡(下放)됐던 지식인과 간부들의 수난을 연상케 하는 사례들이다. 국가 최고의 물리학자가 엉터리 라디오 조립에 매달리고 세계적인 문학박사가 도축업자로 살아야 했던 얘기는 문혁기간 중 지식인의 수난을 상징하는 단적인 예들이다.

그러나 화제가 되는 이런 유의 고달픈 지식인의 삶은 단편적인 사회현상일 뿐이고 본류 지식인 사회의 모습은 이와 전혀 딴 판이다. 대다수 교수, 학자 등 고학력 지식인들은 부를 낳는 화수분으로 탈바꿈했다. 대학교수라는 직위와 지식을 밑천으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로 둔갑하는 예가 허다하다.

현재 교수 학자 등의 지식인은 전국에 걸쳐 3800만명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비국유 부문에서 막대한 부를 일구고 있다. 학자들은 조금만 이름이 나면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연구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순식간에 수십만위안에서 수백만위안을 거머쥔다.

대학교수들은 후학양성과 연구활동 같은 본연의 직무 이상으로 외부 돈벌이에 혈안이다. 너도 나도 제자들을 뿌리치고 높은 보수가 보장되는 상아탑 밖으로 눈을 돌린다. 대학의 한 시간 강의료가 고작 100~200위안인데, 외부 강의에선 1000~1400위안이 수중에 들어오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시장경제의 세례 속에 재능있는 교수는 정보기술(IT), 생명과학 등 창의적 분야에 투신해 하루아침에 백만장자로 둔갑한다. 직접 회사를 꾸리지 못해도 기업의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적을 두면 적지 않은 부수입이 굴러온다.

사회 일각에서는 학자들이 이처럼 지식을 매개로 돈벌이에 급급한 것을 두고 `황금 때문에 학문의 본령을 망각하고 있다`고 질타하지만 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궁핍한 것이 선비(지식인)들의 트레이드마크인가` `덩샤오핑도 가난이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지 않은가`라는 항변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최근 `지식과 인재가 현대화 건설의 동력`이라며 지식계층의 손을 들어줬다.

탕후루를 꿰는 명문 의대졸업생이나 정육점에서 일하는 박사생에 관한 얘기들은 어쩌면 요즘 `잘 나가는` 지식계층에 대한 사회적 위화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다분히 의도된 정책성 기사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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