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황범식을 아시나요?

2006. 1. 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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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우리는 너무 스타에만 눈길을 준다. 하지만 스타로만 드라마나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중있는 조연도 눈길을 끌어 스타로 부상하는 시대다. 다양한 인적 자원의 주연화는 바람직하다. 그만큼 드라마나 영화의 풍부함을 가져올 수 있는 하나의 원인이기때문이다.

하지만 비중있는 조연이 아니더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빛나는 연기자가 있다. 다만 시청자와 관객의 환호를 받지 못할뿐이다. 연기자 황범식(60)도 그런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황범식, 그 흔한 상세한 프로필하나 제대로 정리한 사이트는 없지만 그는 묵묵히 30여년넘게 꼭 있어하는 배우로 살아왔다. '불멸의 이순신'에서의 이순신을 배신하며 자신의 살길만을 찾는 약삭빠른 경상우수사 배설은 기억하지만 그 배역을 맡은 연기자가 황범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많지 않을 것이다.

황범식은 우리에게 그렇게 배역으로만 기억되는 연기자다. 요즘 중견 연기자 황범식의 활약이 놀랍다. KBS 시대극 '서울 1945'에서 동네 주민의 한사람으로 비중은 낮고 시높에서 조차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지만 "이참정(최종원) 어른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시고 관과 장례비를 부담하셨습니다"(15일 방송분)라는 대사 한마디는 문자작(김영철)과 이인평(최종원)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주민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쏠리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이는 황범식이라는 배우의 힘이기도 하다. 늘 빛나지 않지만 그는 있을 자리에서 제몫을 충분히 해주는 연기자다. 그렇게 30여년의 연기자 생활을 해왔다. 그야말로 지나가는 행인에서부터 대사 몇마디하는 단역, 그리고 시청자로부터 눈도장을 찍을만한 조연 등을 해왔다.

그의 존재감과 연기의 문양이 요즘 만개하고 있다. 바로 개성 있는 조연들이 드라마를 살리고 있는 KBS수목 드라마 '황금사과'이다. 이 드라마는 극본을 집필하는 김운경 작가의 특성중 하나인 살아움직이는 조연들의 경연장이다. 그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이가 바로

미자의 아버지역 조씨, 황범식이다. 아역부분이 끝나고 성인부분에 접어들면서 황범식은 풍을 맞아 거동이 불편하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때로는 자신의 욕심으로 아들(김수용)을 터무니없이 괴롭히거나 억지를 부려 웃음을 자아낸다.

풍을 맞은 배역은 참으로 힘들다. 비슷한 자세를 매회 유지하는데다 어투, 어조를 일관성있게 가져가야하기 때문이다. 주의깊은 시청자는 알겠지만 황범식의 풍맞은 이후의 자세나 어조는 그야말로 일관성을 유지하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분위기 연출이 기막히다.

최근 방송분에서 경민(지현우)가 기타를 치며 노래솜씨를 뽐내자 자신도 노래를 잘 부른다며 남궁옥분의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를 돌아가는 입으로 어눌하게 부르는 대목에선 그야말로 시청자의 탄성을 자아냈다. 연기의 참맛을 순간이었지만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30여년 묵묵히 연기에만 전념해온 황범식의 존재감이 충분하게 브라운관 너머의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너무 스타에만 박수를 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연예계에서 스타 독식구조를 심화시켜왔다. 하지만 황범식같은 빼어난 조단역 연기자들이 있기에 스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황범식같은 연기자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내자. 이것이 우리의 대중문화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단초가 될 것이다.

[화려한 배역은 아니지만 조그마한 배역이라도 혼신의 연기로 소화해내는 중견 연기자 황범식.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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