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적자생존으로 치닫는 대륙

2006. 1. 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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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꺾기`뜻하는 PK용어 유행… 각분야 무한경쟁 돌입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여간해서 영문표기를 쓰지 않는 관례를 깨고 중국 매체들이 요즘 `PK`라는 알파벳 이니셜을 빈번하게 쓰고 있다. 여기서 PK는 축구의 페널틱 킥이 아니라 `플레이 킬링(Player Killing)`의 약자다. 굳이 번역하자면 `상대방 꺾기`정도에 해당되는 말이다.

이 말의 유행은 지난해 13억 중국인을 열광시켰던 전국 신인 여가수선발 TV프로그램인 `차오뉘지성(超級女聲)`에서 비롯됐다. 시청자가 심사위원이며 1대1 토너먼트 경쟁방식으로 1점 차라도 상대방에게 뒤지는 즉시 신데렐라의 꿈을 접어야 하는 철저한 `윈-루즈(Win Lose)`게임이다.

중국의 언론들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 PK라는 용어를 앞다퉈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새 PK는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과 적자생존 법칙을 설명하는 데 아주 유익한 용어가 됐다.

현재 중국의 산업계에서는 어떤 기업이나 제품이든 경쟁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면 곧바로 시장퇴진을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감이 높다. 나아가 개인 또는 사회 전반적으로도 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PK 바람이 가장 거센 분야 중의 하나는 산업계의 경우, 제품과 기술 경쟁력의 대결인 `핀파이(品牌ㆍ브랜드) PK` 경쟁이 가장 격렬하다. 자동차업계는 마치 붕어빵을 찍 듯한 왕성한 생산력 탓에 이미 시장수요를 55%나 초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백 개에 달하는 자동차 기업들 중 상당수가 PK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될 운명에 처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양허안에 따라 올해 전면개방에 들어간 은행업계에서도 PK바람은 거세다. 외국계 은행이 지분인수를 통해 중국 내 영업망 확충을 시도하면 중국의 토착은행들은 외국계 은행을 PK시켜야 한다며 법석을 피운다.

실제로 씨티은행이 이달 초 상하이푸둥(上海浦東)발전은행에 대한 지분확대 구상을 밝히고 나서자 상하이궈지(國際)집단을 중심으로 금융업계가 공동으로 PK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개인과 국가도 PK라는 살벌한 게임에서 예외가 아니다.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노동시장에서 또는 세계화 경쟁 무대에서 냉혹한 PK게임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곳저곳에서 귀따갑게 들린다.

정부는 지난 9일 인민대회당에서 국가 최고지도부가 대거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전국 과학기술대회`를 열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이날 `경쟁없이 혁신없다`며 사회구성원 각자가 알아서 PK게임의 강자가 되라고 당부했다.

각 분야에서 사활을 건 경쟁열풍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면서 중국식 시장경제는 `자본주의보다 더욱 자본주의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같은 PK바람은 무한 경쟁사회로 내몰리는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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