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대륙은'가짜 명절'의 천국?

2005. 11. 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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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나올때마다 기념일 …연예인 동원 젊은층 유혹

중국의 `제르(節日)`는 특정일을 기념하거나 경축하는 날이다. 춘제(春節) 라오둥제(勞動節) 궈칭제(國慶節) 등 3대 제르와 조상신에 얽힌 청명제, 굴원의 고사에서 나온 단오제, 달의 신화가 담긴 중추절이 중국의 대표적인 제르다.

그러나 현대 중국인들은 장기간 쉴 수 있는 3대 제르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회변화에 따라 딱딱한 전통 제르보다는 흥겹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감각적인 유행성 제르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상업자본과 지방정부들은 요즘 이런 사회분위기에 편승, 이른바 `가짜(인조 또는 외래)` 제르를 유포시키는 데 혈안이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중국 전통 제르인 라바제(臘八節ㆍ부처 성불일로 음력 12월 8일)는 몰라도 칭런제(情人節ㆍ밸런타인데이)와 성탄제(聖誕節ㆍ크리스마스)에는 열광을 한다. 얼마전에는 우리의 `빼빼로 데이`처럼 중국사회에 광군제(光棍節ㆍ홀아비데이)가 큰 화제가 됐다. 결혼중계소 등 상업자본들이 광군제에 불을 지피고 일부 방송프로그램까지 가세했다.

의복 공장에선 치마 신제품을 출시하면 췬즈제(裙子節ㆍ치마데이), 전자공장에선 핸드폰 신제품이 나오면 서우지제(手機節ㆍ핸드폰데이)라고 해서 고객을 끌어모은다. 물론 거기에 드는 행사비용은 여러 경로를 거쳐 모두 고객에게 전가된다.

지방정부들도 경제행사라는 명분을 내세워 `가짜` 제르를 급조하느라 혈안이다. 도시들은 제르를 열면서 흥행을 위해 연예인을 초청하는 데만 수십만에서 수백만위안씩 쏟아붓는다.

웬만한 도시에선 한 달 동안에만 무려 수십 개의 제르가 열린다. 명목도 갖가지다. 광시성의 한 도시는 타오화제(桃花節)라는 행사를 열면서 연예인 출연료에만 수십만위안을 지출, 여론의 비난을 샀다. 다른 지역에선 시인 리바이(李白)가 잠시 머물다 갔다고 리바이제를 만들어 호화 잔치를 벌였다.

과거 혁명근거지였던 한 도시는 경제활동과 외지자본 유치를 촉진한다며 훙써뤼유제(紅色旅遊節ㆍ혁명순례 기념일)를 제정한 뒤 수백만위안을 들여 연예행사를 개최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혁명과 반라의 여가수가 무슨 상관이냐고 들끓었다.

문제는 행사 비용이 모두 국민과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한 매체는 `연예인, 상업자본이 배를 채우는 사이에 납세자인 국민만 피해본다`며 관리들의 모럴헤저드를 질타했다.

민속학계는 이런 류의 사이비 제르가 문화유산인 전통 제르의 빛을 바래게 한다고 지적한다. 국고를 낭비하는 상업적인 제르가 정신오염과 함께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경고가 나오지만 가짜 제르는 쉴 새 없이 양산되고 있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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