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무너지는'노동자의 나라'

2005. 11. 15. 14: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국땐 혁명계급 대접…최근엔 고용불안ㆍ저임금 시달려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중국 국기 오성홍기에는 큰 별 한 개와 작은 별이 네 개 나란히 새겨져 있다.

큰 별 하나는 공산당의 영도, 작은 별은 각각 노동자, 농민, 인민해방군, 혁명적 지식인을 뜻한다는 게 통설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을 정점으로 한 1세대 혁명지도부가 오성홍기를 제정해 신중국을 건립(1949년)할 당시만 해도 노동자 농민이 중국 사회에서 가장 우대받는 계급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노동자 농민의 신세가 요즘 말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이미 가장 취약한 사회계층으로 전락했고 농민들은 개발 바람 속에 경작지를 뺏긴 채 자의반 타의반 도시로 내몰리고 있다. 도시 빈민이나 다름없는 노동자들이 도시마다 수십만명, 많게는 수백만명씩에 달한다.

지난주 말 베이징(北京) 동쪽 퉁저우(通州) 개발구. 막사 곳곳에는 구직 벽보가 일자리를 달라는 아우성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보수 불문하고 무슨 일이라도 하겠는데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40여시간 걸리는 열차를 타고 네이멍구(內蒙古) 하이라얼(海拉彌)에서 달려온 그는 반년이 되도록 유랑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퉁저우 공단에서 철제 도장업을 하는 싼한(三韓)유한공사의 중국인 쉬(許)모 사장은 월보수로 400위안만 줘도 일하겠다는 노동자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쉬 사장은 어쩌다 회식을 열어주려 하면 대다수 노동자들은 차라리 10~20위안씩 나눠주기를 바란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규정한 노동자 4대 사회안정보험은 이들에게 꿈같은 얘기고, 베이징 시가 규정한 최저임금제(538위안) 역시 이곳에서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급여도 그렇지만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고용불안이다. 노동법이 있지만 공단에서 노동자 해고만큼 쉬운 일도 없다. 자주 해고당하는 악몽을 꾼다는 한 노동자는 계속 일할 수 있는 것만이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퉁저우 개발구 사무소에 소속된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상하수도 전기관리 환경미화원 등 100명 가까운 직원이 모두 고용이 위태한 허퉁궁(合同工ㆍ계약직)들이다. 개발구 사무소나 입주 업체에는 월보수 500위안대 노동자가 넘쳐난다. 좀 기술을 갖춘 노동자라야 월 800위안~1200위안을 받는 정도다.

노동자들의 생활고는 그대로 체제 시름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중국 사회의 앞날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중국이 언젠가 `노동자의 별`을 시작으로 오성기의 작은 별들을 모두 지워버려야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k@heraldm.com)

- '대중경제문화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