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강혜정 완벽 복사' 목소리 스타 김미진

2005. 11. 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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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꽃봉오리 예술단'이라고 아나?"

"그 북한 여자 배우하고 김지선하고 나온 프로 아냐?"

"한 명 더 있었는데 김미진이라고 몰라?"

"글쎄, 두 명 아니었어?"

1999년 KBS 개그맨 콘테스트 대상을 받았고, '꽃봉오리 예술단'으로 제법 유명세를 치른 개그우먼 '김미진'을 아는 사람이 주위에선 없었다. 심지어 그를 만나러 MBC 방송국을 찾았을 때 데스크 직원조차 "김미진씨요? 뭐 하는 사람이죠?"라고 물었을 정도였으니(약간 당황했다. 내가 만나는 연예인이 뭐하는 사람인지 직원한테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 라디오 스타로 발돋움중인 개그우먼 김미진. 최근 MBC 표준FM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주말 진행을 맡았다.
ⓒ2005 김대홍

하긴 당일 갑자기 코너가 늘어나 인터뷰 약속을 50분가량 어기기 전까진 나 또한 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 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무튼 그는 TV에선 여전히 무명일지 모르지만 라디오에선 확실히 뜬 스타다.

김미진은 최근 김미화가 진행하는 MBC 표준FM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주말 MC 자리를 꿰찼다. 그전까지 동시통역사이자 배우인 배유정이 맡았던 자리다. 또한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에서 '친절한 은자씨'로 고정출연중이며, MBC FM4U '윤종신의 두시의 데이트'에 매주 얼굴을 내밀고 있다. EBS 라디오 '모닝 스페셜'에선 유창한 영어 솜씨를 뽐낸다. 모두 최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지난 10월말까지 1년 동안 SBS 파워FM '그대 곁에 오미희'의 '이리Pop 저리가요'를 진행했다.

특히 시사를 다루면서 재미를 함께 줘야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대타 진행한 날(10월) 김미진은 확실하게 자신을 알렸다. 아나운서 뺨치는 깔끔한 목소리와 문화 전문가 한 명 데려놓은 듯한 해박한 지식은 라디오 청취자들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친절한 금자씨'를 패러디한 '친절한 은자씨'로 이름을 알린 김미진은 이영애, 강혜정, 전도연, 최화정 등 목소리 복제 분야에선 오래전부터 악명(?)이 높았다. 라디오에서 이영애나 강혜정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면 십중팔구 속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틀림없이 김미진이 흉내 낸 가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영애의 매니저까지 깜빡 속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라디오에서 잔뜩 에너지를 비축한 그는 최근 TV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신설된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는day'에서 코너 세 개를 맡은 것을 비롯, 부산MBC '씨네마월드'와 EBS '아름다운 동요세상' 진행자로 얼굴을 내밀었다.

7년 만에 찾아온 이 소란스러움을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사실 라디오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든 요즘, 라디오 스타가 무슨 대수일까만은 이문세, 이종환, 김기덕, 김창완 등 라디오 스타들의 전성기를 생각하면 참으로 반갑다).

게다가 '노통장' 김상태를 비롯 김지혜, 김영철, 김대희 등 동기생들은 모두 정상의 꿀맛을 본 상태. 라디오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격인 TV에선 아직까지 이름값이 부족하다. 가늘고 길게 연예계 생활을 이어온 그가 '굵은 한철'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미진을 만나봤다.

"응원단 활동부터 식당 서빙까지...도전 하는 것 즐겨"

- 요즘 라디오를 틀면 김미진 안나오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1999년 데뷔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는 듯한데.

"너무 감사하다. 고맙고… 그런데 그동안 TV에 안나왔을 뿐이지 항상 바빴다. 진행을 맡게 된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렇게 됐다. 올해 초 과거 개그 프로그램 시절 함께 일했던 작가분이 전화를 걸어 "성대모사 잘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맡게 된 게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에서 만든 이영애 성대모사 코너다. 이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박찬욱 감독을 초대했을 때, 이영애 목소리로 질문을 녹음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러자 '윤종신 두 시의 데이트' 등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잇따르더라."

▲ 김미진씨의 색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모습. 강력 추천한 사진 중 하나다.
ⓒ2005 Mou Studio

- 동요, 시사, 영화, 팝송 등 라디오에서 맡은 분야가 무척 다양하다.

"그래서 힘들다(웃음) EBS '모닝 스페셜' 같은 경우는 진행자부터 게스트까지 모두 현지인이거나 재미교포다. 나만 우리나라 사람인데, 제대로 영어를 못하면 튄다. 그래서 일요일 내내 영어 준비를 해서 월요일 새벽 녹화하러 나간다. 팝송같은 경우는 원래 AFKN이나 팝송 듣는 걸 오래전부터 즐겼다. 그래서 관심이 있고… 동요는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시사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설명해야 하는 어려운 코너다. 맡는 게 부담이 됐을 듯한데.

"원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 시절부터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다. 응원단 활동에서부터 식당 서빙, 아이스크림 공장일까지 다해봤다. 식당일은 한식 중식 양식 종류별로 했다."

-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김미진씨 호평하는 글 일색이다. 예상했던 반응인가?

"전혀… 전혀 못했다. 감사할 따름이다. 나름대로 시청자층에 맞게 노력한 걸 좋게 받아들이신 듯하다. 우선 곡을 선정할 때 유행하는 가요가 아니라 추억의 팝송이나 꾸준히 사랑받는 가요를 튼다. 앞으로는 문화정보를 많이 주려고 한다. 좋은 공연이나 문화행사가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또한 부드러운 진행을 위해서 전화통화를 지양하고 가능하면 스튜디오로 불러낸다. 작가나 제작진들은 힘들지만 다행히 내 뜻을 받아들여주더라."

"구강구조만 알면 남녀 누구나 성대모사 가능"

- 이영애 강혜정 외에도 여러 명 성대모사를 했다. 몇 명이나 가능한가?

"(수첩을 주섬주섬 꺼내며) 몇 명이나 했는지 적어본 적이 있다. 이영애 최화정 강혜정 전도연 양희은 최민수 김주하 박정자 바비킴 송일국 이현우 교포미스코리아 그리고 각종 대통령 성대모사를 했다."

▲ 개그맨들의 재치는 싸이월드에 들어가면 잘 드러난다. 김미진의 나름대로 작품 사진 '아뭐래 해라'
ⓒ2005 Mou Studio

- 여자가 남자 목소리 흉내 내는 게 가능한가?

"상관없다. 구강구조만 알면 남자나 여자나 상관없다. 입이 작은 사람은 입이 작게, 찢어진 사람은 그 모양대로 하면 된다. 그래서 성대모사를 할 때는 그 사람과 표정이 닮게 된다. 그리고 원래 목소리가 중저음이다. 중창단에서도 메조소프라노를 맡았다."

- 2003년 '웃찾사'에서 이영애를 흉내 낸 게 최초 성대모사인가?

"아니다. 1999년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에서 최화정을 흉내 낸 게 처음이다. 그런데 그 전에는 내가 성대모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연히 '도올강의' 하던 최형만씨 성대모사를 했는데, '똑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 뒤 주위에서 자꾸 권하면서 어느새 성대모사 전문가가 됐다. 원래 남 흉내 내는 걸 좋아하기는 했다."

- TV와 라디오는 다른 매체인데, 라디오가 적성에 맞나?

"원래 라디오를 무척 좋아한다. 꿈이 성우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소리에만 집중한다는 게 너무 좋다."

- 성우는 왜 포기했나?

"시험에 떨어졌다. (웃음)그 뒤 시간이 남아서 개그맨 시험에 응모했는데 뽑혔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진행 맡아"

- TV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1999년 KBS 개그맨 콘테스트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 초기 멤버로서 '꽃봉오리 예술단' '쌍둥이 자매' '웃음구조대' 등 여러 코너에 참여했지만 '김미진'이란 이름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화려하지 않았다. 당시 IMF 때문에 방송국측에서 사람을 안 뽑으려고 하던 시절이었다. 여러 코너를 만들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내 실력을 다 발휘하지도 못했고…."

▲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에서 이영애 성대모사를 하고 있는 김미진
ⓒ2005 김대홍

- 김상태, 김지혜, 김영철, 김대희 등 동기들이 모두 인기를 얻을 때 혼자 뒤처진 게 속상하지는 않았나?

"서럽지 않을 수가 있겠나. 그런데 나는 개그를 배우지도 않았고 준비도 안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획된 대로 하자고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것(인기)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실 벼락인기를 얻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개그맨들이 많다. 어느 날 (장)미화 언니에게 '라디오라도 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런 생각 가져야 한다'고 격려해 주시더라."

- 2003년 스타밸리 출신 개그맨들이 '개콘'에서 빠진 뒤, '웃찾사'에 합류하기 전까지 한동안 쉬었다. '배부르니까 배신한다'는 소문도 있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전혀… 나는 그 한 해 전에 코너가 폐지되면서 이미 쉬고 있었다. 그런데 스타밸리 선배들이 빠지면서 내 이름이 함께 언급된 거다. 내가 욕을 듣지는 않았는데, 선배들은 힘들었다고 이야기 들었다."

- 특이한 이력이 많다. 앤디 라일리의 '자살토끼'라는 책에 표지글을 싣고, KBS국악관현악단 진행을 여러 번 했다. 2002년 여름 김지선씨와 함께 트로트 댄스 메들리 음반을 발매했고, 그해 개그캐럴 음반에 참여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실패한 음반인데. (웃음) 그때 지선 언니가 고생 많이 했다. 나는 특별히 한 게 없다. 그리고 개그맨들 노래 다 잘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그맨들이 웃기기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재주가 무척 많다. 항상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머리도 좋다. '자살토끼'와 국악공연 진행은 모두 아는 작가분이 의뢰해서 맡게 됐다."

- 별명이 무엇인가?

"'김미친'이다.(웃음) 옛날 '개콘' 멤버들이 지방 투어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만든 캐릭터가 '미스 남가주 진'이었다. 약간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제 이름은 김미췬입니다'라고 하자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 뒤 선배들이 '김미친'이라고 부른다."

- 재밌겠다. '웃는day'에서 다시 사용해도 되겠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 이제 중고참 대열에 올라섰는데….

"실제 마음이 많이 여유 있어졌다. 옛날에는 선배 없으면 못했다. (김)지선 언니 없으면 불안하고, (이)병진 오빠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원래 성우 지망생이었다. 코미디를 전혀 생각하지 않다가 들어왔기 때문에… 멀리 보려고 생각한다. 순간적인 인기에 일희일비 않으려고 한다."

/김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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