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구멍난 국경'밀입북 내맘대로

2005. 9. 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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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무관심 일관…100만원대 평양아리랑축전 관광상품 버젓이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중국 거주 교민들은 `입장권` 한 장만 있으면 한국 정부 모르게 감쪽같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양아리랑 축전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요즘, 중국 교민사회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베이징 왕징(望京)에 자리한 한인회에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의 한 중국 여행사로부터 팩스 한 장이 날아들었다. 중국거류증과 여권사본, 사진과 자필이력서만 갖추면 평양투어와 축전에 참가할 수 있는 북한 여행증을 발급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옌지 쪽 여행사에 확인해본 결과, 평양관광을 포함한 2박3일 참관경비는 8000위안(약 104만원)이고 한국 여권에는 잉크 한 방울 안 묻히기 때문에 출ㆍ입국 흔적도 남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여행사 관계자는 북한과도 이미 선이 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여행사가 불법적으로 중국 거주 한국 교민의 방북승인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에 대한 위험수당이라도 붙은 것인지도 몰라도 8000위안이라는 여행경비는 중국인의 북한 여행비용이 4000위안(4박)임을 감안할 때 턱없이 비싼 편이다.

남북관계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북한은 아직 동물원 구경가듯 입장권 한 장 갖고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은 분명 아니다. 현행법상 국내든 해외거주든 한국인이 합법적으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길은 통일부의 승인을 받는 오직 한 가지뿐이다. 그런데도 이런 국내법이 중국에서는 잘 통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중대한 외교적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우리 정부 모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데 있다. 중국은 자국 영토인 시짱(西藏ㆍ티베트)자치구 여행에도 진짱(進藏)증제도를 두는 등 출ㆍ입경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 하지만 북-중 국경에서 벌어지는 한국인의 불법방북 행보에는 관심이 없다는 투다.

더욱 우려할 만한 것은 우리 정부의 자세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불법 방북 움직임에 대해 묻자 "얘기를 좀 듣긴 했지만 특이한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취재결과와 함께 실태를 좀더 분명하게 들이대자 그는 "본부(통일부) 입장을 듣고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중국 당국의 외면 속에 여행사가 북한과 짜고 한국 외교를 희롱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의 태도는 너무도 느긋하기만 하다. 평양 아리랑축전 참관에 대해 시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국법수호 차원이든 교민의 안전을 위해서든 정부 허가 없이 외국의 민간여행사가 발행하는 입장권 한 장 달랑 들고 북한 국경을 넘는 촌극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헌규 기자(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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