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녹취록]이회창・김대중 후보,삼성측에 자금 지원 고마움 표시

2005. 7. 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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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이슈분석]○…이른바 "안기부 X파일"은 재벌과 언론사가 제 길을 벗어나 권력화 했을 때 정치권과 얼마나 추악한 유착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본보가 지난 22일 입수한 녹취록은 "정・경・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생생한 현장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녹취록은 1997년 9월9일 서울시내 한 호텔 일식집에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장의 대화를 안기부가 도청한 것이다.

◇언론과 재벌의 "부적절한 관계"=이번 경우는 정치권력과 거대 자본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본연의 임무인 언론이 거꾸로 "3각 커넥션"의 한 축이 돼 적극적인 "거간꾼"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간 정-재계간 검은 돈 사건보다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할 수 있다. 녹취록을 보면 홍 사장이 마지못해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기보다 발 벗고 나선 "주역"으로 활약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홍 사장은 "아,정 팀장이 쭉 얘기를 들어봤는데,고흥길(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 캠프에 합류)이 이회창 험담을 하는데,그 착한 사람이 "(이 대표가) 귀가 너무 여리고 신경질적이다. 예를들면 중앙일보에 토씨하나 잘못 나간 거 있으면…"하더래요. 그래서 자기는 더이상 못하겠다고. 그래서 부랴부랴 내가 이 대표한테 말씀을 드리고 중앙일보에서 다 얘기하고 서상목(전 한나라당 의원) 통해서 얘기해서 해피엔딩으로 됐어요"라고 이 실장에게 "브리핑"했다.

검찰 간부들에게 추석 떡값을 주는 문제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대상과 액수를 일일이 거론하며 상의했다. 홍 사장이 "김○○은 아마 둘 정도는 줘야 될 거에요"라고 의견을 말하자,이 실장은 "2000(만원) 정도…"라고 호응했다. 홍 사장은 또 "김△△는 500 정도 주면…"이라며 "이제 홍○○에게 2000 정도 줘서 아주 정리해야 돼. 회장께서 전에 지시하신 거…,작년에 3000 했는데 올해는 2000만 하지 뭐. 의정부(지청?)에 좀 나눠주라고 그러고, 그 다음에 내가 생각할 때 최○○…"하고 나열했다. 이에 이 실장은 "그러면 4500하고 5000을 보내 드릴께요"라고 답했다.

◇정치권은 재벌과 언론사에 반대급부를 약속했나=삼성과 중앙일보의 물심양면의 지원에 대해 당시 여야 대선후보들은 직접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홍 사장은 "9월3일에 만나서 "회장께서 요즘 어려울텐데 드리라고 했다"고 그랬더니 (이 대표가) 처음으로 고맙다고 그러더라구요"라고 이 실장에게 설명했다.

야당 후보인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는 삼성측에 급히 답례 편지까지 써 보냈다. 홍 사장은 "아침에 갔더니 (김 총재가) 7시5분쯤에 일어나 "깜빡 잊었다"고 그러더니 서재에 들어가서 뭐 긁적긁적해서 나오는데,뭘 썼는지는 모르겠어. 일반봉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여서…. 요건 그러니까 잠결에 일어나서 썼다니까"라고 했다. 이어 "대선후보만 빼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에게) 다 양보를 하시죠 그랬더니,(김 총재가) "나도 그럴 생각이다. JP표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특히 이 대표가 삼성의 기아 인수와 관련해 한 발언은 구체적 "반대급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짐작을 가능케한다. 이 대표는 "나는 기아가 전문경영인 체제가 이렇게 나쁘게 될 수 있다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나를 도와주는 서울대 임○○ 교수가 있는데,"기아는 삼성이 인수해야한다"고 하더라. 삼성이 복안을 당당하게 얘기해 공론화시키면 나도 정책위에 검토시켜 가능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홍 사장은 전하고 있다. 김호경기자hkkim@kmib.co.kr[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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