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용자도 "알집"에 반해 버렸죠"

2005. 6. 2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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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 ⓒ2005 오마이뉴스 이승훈 남북한이 사이좋게 함께 쓰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국내 사용자만도 2000만명에 달하고 북한에서도 대략 1만여명이 이 프로그램을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히 "민족화합 소프트웨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주인공은 바로 이스트소프트의 간판주자인 파일압축 프로그램 "알집(ALZip)". 알집을 내려받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인터넷 주소(IP)를 추적해 보면 북한에서도 알집의 인기는 꾸준하다.

알집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99년이었다. 당시 입사 초기였던 민영환 이사가 단 2주 만에 개발을 끝냈다. 제작동기는 거래처에서 보내온 압축파일을 풀어야하는데 영어로 된 외산 압축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몰라서 고생하는 동료직원을 돕기 위해서였다. 알집을 소개하는 글에 "영어 싫어, 열라 싫어"라는 장난스런 문구가 들어간 것도 다 이 때문.2주만에 만든 알집, 북한에서도 꾸준한 인기사용법도 무척 간편하게 만들었다. 한글 프로그램인데다가 웬만한 기능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의 메뉴에서 처리할 수 있게되어 있고 기능도 복잡한 것을 피하고 파일을 압축하고 푸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알 모양의 귀여운 마스코트도 사용자에게 친근한 인상을 줬다.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어야하는데 사용법이 복잡한 프로그램은 사용자를 괴롭게 하지요. 그래서 이스트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개발 철학은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입니다."이스트소프트의 설립자이기도 한 김장중(34) 사장은 회사내부에서 쓰려고 개발했지만 "우리만 쓰기 아깝다"는 생각에 알집을 피시(PC)통신 하이텔과 천리안에 올려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고 나니 알집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알집의 인기를 앞세워 이스트소프트는 당시 "윈집(WinZip)" 등 외산 압축 프로그램을 제치고 국내 공개 소프트웨어 시장을 완전히 평정했다. 또 매년 연말 소프트웨어 관련 사이트에서 뽑는 그 해의 인기 프로그램 목록에서 알집은 압축 프로그램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04년부터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료화를 단행해 사용료로 1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수익 측면에서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알집의 가장 큰 강점으로 많은 이용자 수를 꼽았다.

"수많은 이용자들로부터 버그 등에 대한 피드백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죠. 때문에 프로그램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고 특히 개발자들이 사용자가 많은 만큼 "욕먹지 말아야한다"는 부담과 책임감을 가지고 품질에 신경을 쓴 것도 한 몫했습니다.”알집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그림파일을 볼 수 있는 "알씨(ALSee)"는 사용자가 700만명, 파일전송 프로그램 "알FTP(ALFTP)"와 각 인터넷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관리해 주는 "알패스(ALPass)" 이용자도 각각 250만명이다. 지도프로그램 "알맵(ALMap)" 사용자도 100만명에 이르는 등 이스트소프트의 알시리즈는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알씨"는 지난 5월 정보통신부로부터 신소프트웨어 상품대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생 시절 회사 설립, IMF때는 직원월급도 못줘   ▲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사장 ⓒ2005 오마이뉴스 이승훈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3년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스트소프트지만 춥고 배고픈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스트소프트의 시작은 93년이었다. 92년 여름,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던 김장중 사장이 친구들과 함께 만든 워드프로세서 "21세기"가 피시통신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93년 법인 설립을 한 것."당시 "한글 2.0"이 나오던 시절이었는데 1.5버전에 비해 가격이 27만원으로 크게 오르면서 우리가 무료로 공개했던 "21세기"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루 다운로드 건수만 2000건을 기록했는데 그때로선 상당한 인기를 끌었었죠."그러나 김 사장이 그해 12월 군에 입대하고 동료들도 학생신분이라 학업에 복귀하면서 개발이 중단되는 등 1차 위기를 맞았다. 김 사장이 제대한 이후 95년부터 사업을 재정비해 온라인 게임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직원들 월급도 못주는 상황이 계속됐다.

"97년부터 9개월동안 급여가 안나가기도 했고 98년 7월에는 전직원이 무급 휴가를 가기도 했죠. 당시 대출이자가 무려 30%에 달했으니..."하지만 이런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 알집으로 대표되는 알시리즈였다. 알집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스트소프트의 여타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커졌고 다른 사업들까지 덩달아 힘을 받게 됐다.

현재 이스트소프트는 온라인 게임 "카발"과 알시리즈의 해외진출을 디딤돌 삼아 또 한번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카발"은 알시리즈의 핵심 개발자인 민영환 이사가 팀장을 맡아 3년 동안 개발한 게임이다. 3차 베타 테스트까지 마친 뒤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선을 보일 예정이다.

"전세계가 쓰는 소프트웨어 만들고 싶다""카발은 다른 전략 롤플레잉 게임(RPG)보다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화려한 전투신이 강조된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또 중독성을 없애기 위해 게임 진행을 빠르게 했죠. 게임업계에서 긴장을 좀 하셔야될 걸요.(웃음)"또 알시리즈의 해외진출 채비도 본격화 하고 있다. 모두 한글 프로그램으로 개발됐지만 사용자들이 영어판, 일본판을 모두 만들어 줬다.

"전세계적으로 이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것이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한결같은 "로망"입니다. 홍보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알툴즈닷컴에 5개국어 버전을 올려놓았습니다. 장기적으로 2010년경에는 소프트웨어 종주국인 미국에 이스트소프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이승훈 기자-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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