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혁명' 로봇 수술] 혈관 누비는 '로봇손' 1m 오차까지 줄인다
외과 영역 중 초정밀 기술이 요구되는 인공관절과 심장 수술의 오차를 줄이는데 로봇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병원 이춘택병원(경기 수원)이 최근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치환수술 1000회를 돌파했다.
또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은 로봇을 이용한 심장수술 100례를 넘어섰다.
두 병원이 세운 1000 및 100회 수술 기록은 신기술 도입이후 부작용을 극소화하는 기술적 안정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날로 적용 영역을 넓혀가며 새로운 의료혁명을 몰고 오는 로봇 수술 정보를 분야별로 소개한다.
◇관절수술=로봇을 이용한 관절 수술은 손상된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치시킬 때 로봇의 도움을 받아 수술의 정확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치료법이다.
퇴행성 관절염,류머티즘성 관절염,외상성 관절염으로 인해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생겨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에 적용된다.
이 수술은 사람의 손으로 하는 기존의 인공관절 치환수술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기존 수술은 손상된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갈아 끼우는 자리를 손으로 다듬기 때문에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오차가 커서 실패율이 15〜20%에 이른다.
이는 실제 관절 크기보다 작은 인공관절을 삽입할 경우 헐거워질 수 있고,반대로 너무 큰 것을 넣으면 골절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 또 삽입 위치를 잘못 계산했을 때는 인공관절이 제자리를 못잡아 이탈할 수 있고,쿠션 역할을 하는 연골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치환수술은 수술전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수술부위의 전면・측면・단면을 마치 피부를 절개하고 육안으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오차 없이 수술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0.1㎜이내의 오차로 뼈를 정밀하게 절삭,체중이 실리는 부위에 인공관절을 안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따라 수술 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걸을 수 있는) 기간이 24시간 안쪽으로 짧아졌다.
로봇을 이용하지 않는 기존 수술의 경우 이 기간이 약 6〜7일 정도 걸렸다.
이에 따라 입원기간도 기존 수술의 약 3분의1정도로 단축됐다.
이 수술은 현재 지난 2002년10월 국내 최초로 독일에서 수술용 로봇을 들여온지 불과 2년 5개월만에 1000회 시술 기록을 세운 이춘택병원을 비롯 서울 강동가톨릭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이 시술하고 있다.
지금까지 강동가톨릭병원은 300여회,화순전남대병원은 70여회 시술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장수술=외과 수술 중 초정밀 기술이 요구되는 심장수술에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이재원 교수팀이 유일하게 시술 중인 이 로봇은 음성인식카드에 입력된 의사의 명령에 따라 로봇 팔을 상하좌우 최대 320도까지 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 부위를 최대 20배까지 확대해 보여주는 내시경을 장착하고 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로봇 팔과 흉강경(내시경)을 활용하기 때문에 15㎝ 가량 흉골을 절개해야 했던 기존 수술법에 비해 피부절개부위를 5㎝ 이하로 줄일 수 있고,수술시간도 15%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2주 정도 입원해야 했던 기존 심장수술의 요양기간도 3〜4일로 줄게 됐다.
이 로봇 수술장치는 승모판 질환 수술 및 부정맥 수술,관상동맥 우회로 수술,선천성 심장중격결손 수술 등에 이용된다.
이 교수팀은 지난 28일 현재까지 총 302건의 심장수술을 이 로봇을 이용해 집도했다고 밝혔다.
이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최소 부위만 절개하고도 좀더 정확하게 수술할 수가 있으며,의사의 집중도를 높여 안정된 수술을 유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수술=역시 초정밀 심장 수술에 사용되는 로봇이 활용된다.
국내에선 부산 동아대병원 비뇨기과 성경탁 교수팀이 유일하게 시술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대당 30억원가량이 드는 이 로봇 시스템을 재원부족으로 병원에 설치하지 못해 일본과 싱가포르의 병원에서 원정수술을 하고 있다는 게 흠. 따라서 왕복 항공료 등 그 만큼 비용이 더 든다.
성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전립선암 제거 수술은 복강경으로 환부를 관찰하면서 연필 굵기의 구멍 5개를 통해 로봇 기구를 환자의 몸안에 밀어넣는 방법으로 이뤄지며,수술시간은 약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이같은 방법으로 지금까지 전립선암 환자 2명을 해외에서 수술,예후를 추적 관찰 중이다.
한편 이같은 수술용 로봇은 미국에서 개발된 로보닥(ROBODOC) 시스템과 독일에서 개발된 캐스퍼(caspar)가 대표적이며,현재 전세계적으로 200대 가량이 미국과 유럽,일본,싱가포르 등 각국 병원에 설치돼 가동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윤용산 교수팀은 이들 기계 값의 10분의1 비용만으로 가동할 수 있는 수술용 미니 로봇을 개발,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기수 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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