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사람들]연극 ""아트""의 배우 박광정

2005. 3. 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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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가 출연한다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뮤지컬 ‘헤드윅’(Hedwig). 조승우 외에도 송용진 김다현 오만석 등 혈기 넘치는 젊은 배우들이 헤드윅으로 캐스팅돼 뮤지컬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헤드윅’은 독일 출신 남성이 미국 록스타의 꿈을 안고 헤드윅이라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뒤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음악으로 풀어낸 록뮤지컬이다. 1994년 미국 뉴욕의 드래그 퀸(여장남자) 전용 바에서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차츰 이름이 알려지면서 ‘웨스트빌리지’ 극장으로 옮겨져 2004년까지 장기 공연됐다. 극본을 쓰고 첫 주연을 맡았던 존 캐머런 미첼이 2001년 이를 스크린으로 옮겨 선댄스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의 상을 휩쓸었다.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강렬하게 시적인 가사를 감싸는 음악이 가장 큰 매력이다.

14일 저녁 서울 홍익대 앞 클럽에서 열린 ‘헤드윅’ 제작발표회는 짜릿함으로 가득했다. 송용진 조승우 김다현 오만석은 주요 삽입곡을 한 곡씩 부르며 각기 다른 색깔의 헤드윅을 보여줬다.

# 조승우의 헤드윅 ‘위그 인 어 박스(Wig in a Box・상자 속 가발)’ 단 한 곡만으로도 조승우는 무대 위 배우로서의 끼를 보여줬다. 1절이 끝나고 간주가 흐를 때 조승우가 던진 말은 “너무 조용하시다〜”란 한마디. 그는 갑자기 두 팔을 추켜올리고 몸을 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하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뛰어내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본을 펼쳐 보기도 전에 제가 나오는 공연이 전회 매진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잘못했다가는 큰일나겠다’ 싶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영화 ‘헤드윅’을 보고난 후 충격과 감동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조승우는 “영화와 무대는 180도 다른 부분이 있고, 아직은 느낀 것밖에 말할 수 없다”면서도 ‘헤드윅’의 매력을 털어놓았다. “‘헤드윅’은 서로 다른 것이 공존하는 작품이에요. 가벼움 속에 무거움이 있고, 헤드윅이란 인물은 강한 사람이면서 연약한 사람이지요. 배우로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런 것을 찾아가는 고된 과정이 저를 발동시키지 않았나 합니다.” 스스로에게 여성적인 성향이 있을까. “연습 들어간 후 느린 말투가 더 여려졌어요. 그런 성향이 있으니까 뽑지 않았을까요. 없던 성격까지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재미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이중적 인간, 영화 ‘말아톤’의 자폐청년, 트랜스젠더 헤드윅. 현실에서 보기 힘든 ‘비정상적인’ 역할만 선택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조승우는 “어떤 의도나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내게 자극과 감동을 준 작품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자기 삶을 비춰볼 수 있는 작품, 따뜻한 작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말아톤’은 결국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지킬 앤 하이드’는 인간에게 누구나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송용진, 오만석, 김다현(왼쪽부터) # 4인4색 헤드윅 송용진은 록 밴드 쿠바의 보컬답게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부술 테면 부숴봐(Tear Me Down)’를 열창했다. 그는 ‘헤드윅’과 인연이 깊다. 대학 졸업논문 주제가 헤드윅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플라톤의 ‘향연’이었고, ‘헤드윅’ 음악을 듣고난 후 기존 밴드를 없애고 새로운 밴드를 만들었다. 요즘은 매주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클럽을 출입하며 연기를 다지고 있다. “영화 ‘헤드윅’은 DVD로 100번도 넘게 봤어요. 이 작품은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컨트리풍의 ‘슈가 대디(Sugar Daddy)’를 들려준 김다현은 록 밴드 ‘야다’의 보컬 출신. 김다현은 “가슴을 공허하게 만드는 음악이 ‘헤드윅’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이 역할을 하면서 나의 반쪽을 찾아가야 할 것 같고, 남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우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친구”라며 “재능도 많고 곱상한 외모로 여자친구들이 많아 늘 부러워했던 친구”라고 평했다.

‘사랑의 기원(Origin of Love)’을 부른 오만석은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헤드윅은 독특한 캐릭터라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때론 도망가고 싶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헤드윅이 골목길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걸어가는 마지막 신을 꼽았다. “아픈 과거를 숨김없이 터놓고 자신과 관객을 치유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는 “4명이 모두 개성이 달라서 연습하는 것을 보면 모두 다른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송용진은 록 버전을 훌륭히 소화해 낼 배우, 조승우는 연출가가 왜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연기하는 얄미운 연기자, 김다현은 저러다 커밍아웃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여성스럽고 성실한 배우, 오만석은 인간적으로 배우로서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헤드윅’은 4월12일부터 6월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공연된다. 첫 한달은 조승우와 오만석이 무대에 서고, 이후 송용진 김다현 오만석이 무대를 이끌어 간다. 조승우 공연 티켓은 예매 시작 하루 만에 매진됐다.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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