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를 반박하다

2005. 3. 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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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빈치코드’(댄 브라운・베텔스만)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7월 출간된 이 작품은 이달 들어 판매량 2백만부를 넘어섰다. 1백만부 돌파까지 6개월이 걸린 반면 2백만부는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됐다. 국내 출판시장에서 밀리언셀러가 나온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처음이다. 지난해 최고 히트작이었던 자기계발서 ‘아침형 인간’이 90여만부에 그쳤고 틱낫한의 ‘화’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도 1백만부 고지를 넘지 못했다. ‘다빈치코드’와 더불어 외국소설 붐을 일으켰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도 80만부 판매돼 ‘다빈치코드’의 40% 수준이다.

‘다빈치코드’는 21주간 베스트셀러 1위(한국출판인회의 집계)를 지키다가 지난달초 2위로 내려앉았지만 출판사와 업계에서는 3백만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그림과 자료가 포함된 양장본 ‘다빈치코드 일러스트판’이 나오는데 10만부가량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빈치코드’는 2003년 3월 첫 출간된 이후 전세계 44개 언어로 번역돼 2천4백만부가 팔렸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1천만부가 팔렸고 한국 판매량은 아시아 최고다. 이 소설은 현실(fact)과 소설(fiction)을 결합시킨 팩션(faction)이란 말을 유행시키면서 ‘진주귀고리소녀’ ‘추방’ ‘임프리마투르’ ‘단테클럽’ 등 비슷한 종류의 추리소설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나 일본시장에서 ‘다빈치코드’가 성공하지 못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 밀리언셀러에 오른 것을 두고 “새로운 형식에 대한 한국 특유의 다이내믹한 반응”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출판시장에서 ‘다빈치코드’의 파생효과는 상당하다. 소설 출간 직후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다빈치코드의 진실:해설편, 사전편’(예문) ‘다빈치코드 깨기’(규장) ‘다빈치코드의 비밀문서’(이레미디어)가 잇따랐다. 최근에도 ‘다빈치코드의 비밀:최고전문가 46인이 밝히는 진실과 허구’(루비박스) ‘성혈과 성배’(자음과모음)가 출간됐다.

이 책들은 소설 ‘다빈치코드’에 나오는 예수와 막달라마리아의 결혼설, 레오나르도 다빈치・아이작 뉴튼 등이 주도한 시온수도회의 존재 등 기독교의 이설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논픽션 ‘성혈과 성배’는 ‘다빈치코드’의 이론서격으로 저자인 마이클 베이전트와 리처드 레이가 댄 브라운에게 표절의혹을 제기해 화제가 된 책이다. 가장 성공한 ‘다빈치코드의 진실:해설편, 사전편’은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4만부가량 팔렸다.

이설에 맞서 정통 기독교 입장을 반영한 책도 눈에 띈다. ‘다빈치코드 진실인가 허구인가’(생명의말씀사) ‘다빈치코드에 숨은 거짓과 진실’(라이트하우스)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 책들은 다빈치코드의 내용을 비난하지만 어쨌든 다빈치코드 열풍을 한 몫 거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련된 인문예술서의 출간, 판매도 활발해져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모음전까지 열렸다.

작가 댄 브라운의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다빈치코드’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이 등장하는 전작 ‘천사와 악마’는 끼워팔기 식으로 국내에서 출간됐으나 30만부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올 7월에는 그의 첫 작품인 ‘디지털 포트리스’가 출간된다.

비도서 시장에도 ‘다빈치코드’ 효과가 있다. ‘다빈치코드:다큐멘터리’(엔터원) ‘다빈치코드’(다우리 엔터테인먼트) ‘다빈치코드’(에이나인미디어) 등의 DVD가 나왔다. 외국에서는 소설에 언급된 파리, 로마, 런던, 스코틀랜드, 뉴욕 등지를 오가면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관광상품이 등장했다. 비밀문서가 묻혀 있는 곳으로 지목된 생쉘피스 성당에는 소설의 진위를 확인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져 최근 “베스트셀러의 내용과는 달리 이곳은 이교도들이 비밀을 감춘 곳이 아닙니다”라는 안내문까지 내걸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다빈치코드’의 인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원서를 출간한 더블데이 브로드웨이 출판사는 24.95달러(2만5천원)짜리 하드커버 판매에 아무 문제가 없어 페이퍼백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전작 ‘천사와 악마’는 8백만부 이상 인쇄됐다. ‘다빈치코드 일러스트판’은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출간 이후 1백만부가 팔렸고 ‘천사와 악마’ 삽화본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이 책의 인기는 내년 상반기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가 나올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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