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진 강타] 지진 여파 거대한 파도 '쓰나미'

2004. 12. 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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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하늘로 치솟았다.” “처음엔 테러가 난 줄 알았다”.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일요일 아침. 조용히 잠들어 있던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는 일순간에 죽음과 공포로 변했다. 최근 100년간 지진 가운데 파괴력 5위를 기록한 이번 강진은 동・서남 아시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지진에 이어 태국과 인도 동해안 사이의 벵골만에도 강력한 여진이 6차례나 발생했다.

이탈리아 국립지질학연구소 엔조 보스치 소장은 “이같은 지진은 최근 40년 동안 유례가 없었다”며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끔찍했던 순간=강력한 진동과 함께 발생한 5~10m 높이의 해일은 무서운 속도로 일대 해안을 집어삼켰다. 태국 푸켓에 여행온 영국인 캐롤라인 우즈는 “해변에 있는 시장을 거닐다 사람들이 소리치고 밀어제치기에 싸움이 난 줄 알았다”며 “그러다가 위를 보니 바닷물이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도 자체가 바다였다”며 참혹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우즈는 썰물에 휘말린 한 여자는 발이 절단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광객은 “잠자다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 처음엔 테러가 난 줄 알았다”며 “죽을 힘을 다해 높은 곳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한 스웨덴인은 잃어버린 10살짜리 아들을 나무 꼭대기에서 발견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안드라 프라데시주에 사는 라만나무르티(40)는 “수십척의 배가 집채만한 파도 위로 떠올랐다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의 한 주민은 “오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어떤 징후도 없었다”며 “갑자기 바닷물이 도시로 밀려오더니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다고”고 증언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물이 빠져나간 뒤 나무에 시신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고 끔찍한 경험을 전했다.

◇각국 피해=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진앙지로부터 서쪽으로 1,600㎞나 떨어진 스리랑카였다. 1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스리랑카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육・해・공군이 모두 구호에 동원되고 경찰은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부분적 통금을 실시중이다. 마타라의 한 감옥에서는 혼란을 틈타 수감자 300명이 탈출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못잖게 심한 피해를 본 인도의 경우 남동부 해안을 강타한 해일로 사망자 집계가 시간마다 수백명씩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남동부 타밀 나두주의 경우 희생자가 인도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 인도양의 해양관광지로 유명한 몰디브도 수도 말리의 3분의 2가 물에 잠기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진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은 도로를 1m이상 흔들리게 할 정도의 강력한 진동이 발생해 건물 수십채와 가옥이 무너져내렸다. 뒤이은 해일로 이곳은 곧 물에 잠겼다. 이곳의 통신과 전기는 모두 두절된 상태다.

푸켓 등 태국의 유명관광지는 성수기를 맞은 데다 해일이 발생한 서부지역에 고급 호텔이 밀집돼 있어 해외 관광객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국제사회 지원 한목소리=교황은 이날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 앞에서 “아시아에서 들려온 비보로 크리스마스의 축제분위기는 슬픔으로 변했다”며 “국제사회는 신속한 구호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화답하듯 피해지역에는 세계 각국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3백만달러의 긴급 구호자금을 배정했다. 일본은 스리랑카에 10~20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27일중 파견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텐트와 기타 구호물품, 구호요원들을 실은 수송기 2대가 며칠 안에 피해지역으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숙기자 sook97@kyunghyang.com〉 - 세계 주요 지진 일지(1990~2004.12 현재) - ▲1990・6=이란 길란주(리히터 규모 7.7) 4만명 사망 ▲93・ 9=인도 마하라슈트라(규모 6.4) 7,601명 사망 ▲95・ 1=일본 고베・오사카(규모 7.2) 6,424명 사망 ▲97・ 5=이란 동부(규모 7.1) 1,613명 사망 ▲98・ 5=아프가니스탄(규모 7.1) 5,000명 사망 ▲99・ 8=터키 북서부(규모 7.4) 1만5천6백13명 사망 ▲2001・1=인도 구자라트(규모 7.9) 3만명 사망 ▲03・ 2=중국 신장(규모 6.8) 261명 사망 ▲03・ 5=터키 빙괼(규모 6.0) 167명 사망 ▲03・ 5=알제리 북부(규모 6.8) 2,300명 사망 ▲03・12=이란 밤(규모 6.7) 3만1천8백84명 사망 ▲04・12=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해안(규모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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