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한류열풍]필리핀의 ☆로 뜬 산다라 박

2004. 10. 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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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을 위해 필리핀을 찾은 이화여대 봉사단 학생들은 현지인들의 열렬한 환대에 한동안 당황해야 했다. 필리핀 어디서든 “한국에서 왔다”는 말만 들으면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산다라 박”을 외치기 일쑤였기 때문. 소동은 필리핀에서 머무르는 열흘 동안 계속됐다. 산다라 박이 필리핀에서 한창 인기인 한국 교포 출신 연예인임을 안 것은 한참 뒤다.

한류 스타를 중심으로 아시아권의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쇼비즈 엑스트라’.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위성방송채널 아리랑TV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쇼비즈 엑스트라의 인터넷 게시판 역시 산다라 박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필리핀 연예계의 ‘신데렐라’가 된 그녀를 출연시켜달라는 요청이 잇따르자 일부 ‘안티 산다라 박’ 세력까지 등장, 그녀의 진짜 실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쇼비즈 엑스트라 윤혜영 PD는 “산다라 박을 다뤄 달라는 전자우편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온다”며 “산다라 박의 한류 열풍에 필리핀이 아주 떠들썩하다”고 소개했다.

필리핀에 불고 있는 ‘산다라 박’ 열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연예계에 갓 데뷔한 그녀지만 현재 5개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이 가운데 하나는 프로그램 이름을 아예 ‘산다라의 로맨스’라고 지었다. 광고계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쳐 사탕 광고를 시작으로 이 달 현재 6개의 TV광고가 방영 중이다. 노래 앨범까지 발매한 산다라 박은 11월 중 첫 콘서트를 여는 한편 자신이 주연한 영화의 개봉도 기다리고 있다.

산다라 박의 인기는 필리핀인들 사이에서 한국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에서 한국 이미지는 일본・대만 등과 별다를 것 없는 나라에서 ‘신데렐라’의 고향으로 격상됐다. 필리핀 방송은 산다라 박과 함께 내한해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을 촬영해 필리핀 안방극장에 연일 방송하고 있으며, 필리핀 관광지를 찾은 한국인들은 영문 모를 현지인들의 호의에 당황할 정도. 산다라 박의 필리핀 연예계 데뷔는 올 초, 필리핀 최대 방송국인 ABS-CBN의 ‘스타 서클 퀘스트’를 통해서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은 7000여명의 연예인 희망자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연기, 노래, 춤 등 여러 연예 자질을 시험한 스타 등용문. 최종 선발 인원은 10명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쉬운가요. 더군다나 필리핀에 사니 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한국에 갈 수가 없었지요. 연예기획사에 비디오를 보내서 오디션을 보려고도 했지만, 마음처럼 안 돼 한 번도 못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서 연예인을 뽑는 대회를 연다는 거예요. 다른 나라에서 연예인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왠지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운 좋게 붙어버렸어요.”(산다라 박이 팬클럽・cafe.daum.net/sandara 게시판에 올린 글) 산다라 박은 6월 12일 스타 서클 퀘스트 최종 결선에서 종합 2위를 차지했지만 인기투표 등에선 1위를 차지해 사실상 첫 외국인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필리핀 토속어인 타갈로그어를 구사하는 이국소녀는 필리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녀가 손목을 흔들며 외치는 “마할꼬까요, 라핫(사랑해요)”은 필리핀 최대 유행어가 됐다.

1995년 온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이민한 산다라 박의 부친 박익수씨는 “우리 집안에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 사람도 없을 정도로 연예 쪽과는 거리가 먼데 신기하다”며 “이젠 필리핀 어디를 가도 ‘산다라 박의 아버지’로 통한다”고 말했다.

하루 두세 시간밖에 못 잘 정도로 바쁜 일정에 쫓기는 산다라 박. 당장은 연예 활동으로 바쁘지만 대학 진학도 고민이다. 한국과는 학제가 달라 올 6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산다라 박은 원래 한국 대학으로 진학할 계획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 진학을 못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대학생활도 하고 한국 연예계에도 진출하고 싶다는 게 산다라의 희망이에요.”(산다라 박의 어머니 김경란씨) 대학 진학과 더불어 국내 안방극장에 진출하면 산다라 박은 ‘역한류 스타 제1호’가 되는 셈이다.

박성준・신아인기자/alex@segye.com■상상 초월하는 현지 열풍봉사갔던 대학생들 열렬한 환대에 놀라유치원생부터 중년 아저씨들까지 손을 흔들어대며 “산다라 박〜”을 외쳐대는 바람에 지난 7월 필리핀 봉사대상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던 이화여대 봉사단 학생들. 어리둥절한 학생들이 “산다라 박이 도대체 누구냐”고 묻자 필리핀인들은 “유명한 한국인 연예인인데 모르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봉사단원 중 윤지원(24・이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씨는 산다라 박과 흡사한 외모 때문에 집짓기 봉사를 하는 일주일 내내 유치원과 초등학생 30여명으로 이뤄진 팬클럽 부대를 끌고 다녔다. ◇필리핀 시골 어린이들이 윤지원씨에게 산다라 박과 닮았다며 환호하고 있다.

윤씨는 “한참 일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주위에 앉아서 쳐다보고 어딜 가나 주위를 뺑 둘러싸는 바람에 민망했고, 행동거지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면서 “어떤 초등학생은 자기 간식으로 싸온 과자를 두 번이나 주고 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열흘 만에 봉사단을 떠나보내는 환송회에서 아이들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윤씨는 “필리핀 체류 마지막날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TV를 통해 산다라 박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프로그램과 광고를 봤다”며 “한국 사람이 필리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신아인기자/freewil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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