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Ⅰ]주한미군 감축에 北, 되레 전전긍긍

2004. 5. 2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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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의 한국 내 재배치 논의를 시작하자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5월 20일 평양방송은 "대북 핵선제 공격을 위한 사전준비 책동의 한 고리"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에 대한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속내가 드러난다. 주한미군을 최전방에서의 후방으로 빼돌린 상태에서 미국이 자국 군대에 대한 보복공격의 우려 없이 마음놓고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주한미군의 한국 내 재배치를 북한 당국자들은 불안 섞인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의중은 주한미군이 한국 내 재배치와 맞물려 패트리엇 미사일 2개 대대를 한국에 추가로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미국이 제2조선전쟁 도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난 5월 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담화에서 격렬한 반응을 보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은 미국의 이지스함 동해 상시배치계획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북한만큼 신경쓰는 나라도 드물다. 내용은 다르지만 반응의 강도는 한국 못지않다. 하지만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과 감축 논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명확하다. 당장 한반도에서 철수하라는 것이다. 북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과 조평통이 5월 13일 발표한 "남조선 동포형제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좋은 사례다. 북한은 호소문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핵 시한폭탄이며 2005년을 주한미군 철수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철수는 핵 문제 해결의 전제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전방 미군은 북한 안위와 직결그런데 북한은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과 감축 논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최근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의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특히 병력의 감축과 해-공군력의 증강 배치 논의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란 얘기다.

주한미군의 해-공군력 증강은 대체로 무기와 장비의 첨단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매년 국민총생산의 30% 이상을 국방비로 쏟아넣는 북한이지만 주한미군의 첨단화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주한미군 및 한국군 무기 현대화보다는 차라리 주한미군 병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바랄지도 모른다. 최전방에 미군이 남아 있으면 그들의 안위를 우려해서라도 미국이 함부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북한군은 연료 부족과 장비 노후화, 훈련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은 안면이 있는 미군 당국자들과 사석에서 만날 때면 되도록 훈련횟수를 줄여줄 것을 부탁한다고 한다. 미군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면 북한군 전투기도 함께 운항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사용할 연료가 없어 쩔쩔 맨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과 감축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에 걱정이 담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호연[정치부 기자] c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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