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북한 압박기류 뚜렷..6자회담 지속 합의

2004. 4. 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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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 하정민기자] 극비리에 중국을 깜짝 방문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방중일정이 끝났다. 김 위원장은 3박4일간의 중국 방문기간 동안 장쩌민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은 물론 후진타오, 원자바오, 쩡칭훙 등 중국 4세대 지도자들과도 잇따라 면담을 가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총 세 차례 중국을 찾았지만 이번 방문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의 방중 직전에 파키스탄 과학자 칸 박사의 북한 핵장치 목격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방중이 이뤄짐에 따라 북한과 중국이 핵 문제에 대해 어떤 협의를 할 지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방중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진 못했지만 그간 소원했던 북중 관계를 되살리고 양국 지도자간의 개인적 신뢰를 구축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 대미 유화책 권고에 성공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 국제 사회는 핵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어떻게 조율될 것인가에 집중적으로 주목했다.

북한은 그간 유일한 우방국가인 중국에게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핵 무기개발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피력해 왔지만 일주일 전 체니 미국 부통령을 맞이했던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입장을 전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체니 부통령은 방중기간 중 강경 대북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중국 측에 거듭 강조하고 북한을 설득해달라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21일에야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공식 보도한 중국 관영언론들의 논조에 비춰볼 때 일단은 북한의 `매달리기` 보다는 중국의 `거리두기` 가 다소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6자회담 과정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유연한 태도를 가질 것이며 활발하게 회담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회담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장쩌민 군사위원회 주석까지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주목할 만 하다. 양국간 최고 군사지도자 간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던 두 사람의 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의 침공 우려와 북핵 개발의 불가피성을 역설했지만 장쩌민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장쩌민까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촉구한 상황에서 후진타오 등 젊은 4세대 지도자들의 입장이야 거론할 필요도 적다. 김 위원장과 두 번 만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북핵문제 해결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도 이같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21일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3명의 지도자들이 베이징을 방문한 김 위원장에게 일련의 훈계(lectures)를 했다"며 "그들은 김 위원장에게 핵 협상에서 미국과 타협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자본주의를 택하든지 아니면 더 깊은 고립을 택하라는 경고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북핵문제 타결 빨라질까..전망 양분중국의 설득작업으로 북한의 태도변화가 나타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 6자회담의 조속한 타결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는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날 신화통신은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이 북핵 6자회담의 지속적인 추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견지할 것이며 인내심과 유연한 태도를 갖고 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 CCTV역시 양국이 핵문제에 관한 `광범위한 합의(broad consensus)`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LA타임즈는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신문은 "미국은 이라크문제와 대통령선거 때문에 북핵 문제 처리를 미루고 있으며 북한역시 핵기술 개발을 위해 회담 연기를 유도하고 있다"며 두 당사국들이 타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6자회담 참여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네 나라는 협상준비를 갖췄으나 두 나라가 그렇지 못하다"며 협상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실제 지난 2월 6자회담이 개최되기까지 수많은 억측이 난무했고 협상결과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중 관계개선만으로 6자회담의 조속한 진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안보와 함께 북한이 직면한 최대과제인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 타결이 불가피하다. 북한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며 확실한 성과가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외유에 나서지 않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LA타임즈는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관리의 발언을 인용 "6자회담 당사자들은 핵확산 금지에 대한 믿음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1994년 당시의 위기 상황보다는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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