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

2004. 2. 1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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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구의 역사를 간직한 ‘생명의 타임캡슐’ 해석… 지구 시간표작성해 미래 기후 예측 등에 활용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기꺼이 자식의 먹이가 되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염낭거미 암컷처럼아주 특별한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생물체들은 자신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든남기려고 한다. 선사시대의 생물들 역시 돌멩이로 굳어진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사실을 드러낸다. 끈적끈적한 해저바닥에 뚫린 벌레 구멍 속에서 생명체의 흔적이남아 있다. 범람한 강물에 익사한 것으로 보이는 공룡들의 거대한 넓적다리뼈는모래가 많은 이암(泥岩) 속에, 진흙투성이의 늪에서 살았을 열대 양치류의 뾰족한잎들은 새까만 석탄층 사이에 눌려 있다. 한반도의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는공룡화석들이 즐비하다. 전라도와 경상도 일대에서 발견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공룡 발자국은 공룡들이 한반도를 최후의 낙원으로 삼았던 사실을 증명한다. 최근제주도에서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의 생성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않고 있다. 화석으로 남겨진 생명의 타임캡슐에 관한 비밀은 어떻게 푸는 것일까.주사형 전자현미경 속의 원시 생명체들 사실 생물체들이 46억년 지구 역사의 증인 노릇을 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수백만년 동안 마치 압력솥에서 요동을 치며 조리된 것처럼 지진과 변이 속에서매몰과 노출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더러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구역사의 85%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암석들은 매몰되어 비틀렸다가 접히는 과정에서새로운 물체를 공급받기도 한다. 이들은 순식간에 70km 아래의 땅속으로 가라앉아700도 안팎의 온도에서 구워지는 ‘고통’을 겪기 일쑤였다. 이렇게 역동적인지구의 활동을 견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석과 충돌해 바다가 들끓고지구의 대기가 불타는 듯한 수증기가 가득했던 험악한 시기에 출현한 생명체들.원시 생명체들은 순수 탄소물질인 흑연의 검은 얼룩 형태로 이뤄졌다. 분자화석이라 불리며 27억년 이상된 암석에 ‘묻어’ 있는 이들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없다. 전자빔이 물체 표면을 체계적으로 이동하며 조사하는 주사형전자현미경(SEM)이 있어야만 겨우 실체에 다가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석은 고생물의 유체나 배설물들이 바위나 돌멩이처럼 굳어진 것을일컫는다. 이들이 수천년 뒤 인간에 의해 발견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야한다. 일단 생물체가 썩지 않아야만 원래의 모습을 유지한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

대개의 화석은 물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다와 호수 밑바닥 같은 곳에서발견된다. 그런 곳이라야만 박테리아의 침입이 자유롭지 않고 진흙 같은 것으로덮여 산소가 끊겨 화석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막이나 건조한 지대도모래강풍이 불면서 사체를 먹는 동물들과 박테리아가 다가서기 쉽지 않기에 화석이곧잘 발견된다. 탄산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호수 주위에서는 가스에 중독된 박쥐같은 동물이 화석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실제로 카메룬의 니오수 호수는 1986년에폭발이 이뤄지면서 공기보다 무거운 탄산가스를 내뿜어 사람과 가축을 일거에몰살하기도 했다. 시베리아 같은 동토도 화석 생성에 유리한 환경이다. 이곳의화석은 자연적으로 냉동보관이 이뤄져 멸종동물을 복원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한다.

△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데본기에 형성된 빨강색 사암 속에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작은 화석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곤충인 것으로 확인됐다. 1926년 로빈존 틸야드가 학계에 발표해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 이 화석을 분석한 미국캔사스대학 마이클 엔젤 박사팀은 해당 곤충이 초기 육지 생태계에서 날개 비행을한 것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화석에서 날개를 찾아내지 못했지만 몸체의 구성상날개를 가졌을 게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곤충이 실루리아기에 해당하는4억3800만년 전에서 4억800만년 전 사이에 진화했다는 가설이 힘을 얻게 됐다.

오른쪽은 화석과 곤충상상도. 그렇다면 화석으로 남은 생명의 타임캡슐은 우리가모르는 과거의 흔적일 뿐일까. 화석에는 지구가 탄생한 뒤 상상할 수조차 없는오랜 시간 동안 발생했던 주요 사건들의 단서가 담겨 있다. 거기에는 생물체의구체적 모습뿐만 아니라 생태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게 마련이다.

제주도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만 해도 들린 뒤꿈치나 중간 호(아치) 등을 살피면발자국 주인공의 식성이나 크기, 걸음 속도 등을 짐작할 수 있다. 배설물에도주인공의 식성이나 내장을 비롯해 생존 당시의 환경과 생태 등이 나타난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본부 장순근 책임연구원은 화석이 잃어버린 시간을메워주는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화석을 통해 먹이를 추적하며 기후와 환경을유추할 수 있다. 많은 뼈들이 뒤죽박죽된 채 화석으로 남았다면 당시의 천재지변을생각할 수 있다. 공룡의 경우 화석 연구를 통해 종류에 따라 거북이나 악어와는달리 새끼를 돌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수백만년 오차 수두룩… 지구의 모래시계들 최근 지구 역사의 시간표를 작성하려는 거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리스어로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Chronos)라는 이름으로 미국지질조사국을 중심으로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화석을 통해 과거의 정확한 시간표를 작성해 지구에서발생하는 현상들을 해석하고 더워지는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도 이바지할예정이다. 예컨대 기후변화의 원인과 이것이 생물의 진화와 멸종 등에 미친 영향에관한 논쟁의 결론을 내리려는 것이다. 현재 화석을 기준으로 고생대(바다에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의 전성기), 중생대(공룡과 익룡이 활약하며 시조새와포유류의 조상 출현), 신생대(포유류가 진화하고 새와 풀 발달, 인류 출현) 등으로구분한 지질시대는 해상도의 오차 범위가 지구 탄생 뒤 2%가량인 수백만년의오차를 보인다. 만일 크로노스 프로젝트가 2015년까지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불확실한 시기를 해상도 0.1% 범위인 수천년 단위로 낮출 것으로 예측된다.

오랫동안 지구는 녹고 식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마치 모래시계를 뒤집듯이 결집과해체를 반복한 것이다. 이때 모래시계를 빠져나온, 붕괴되는 속도가 일정한 방사성원소를 살피면 물질의 생성 시기를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데는 소량으로 존재하는 방사능 물질 탄소 14(반감기 5730년)를 주로 이용한다.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동식물이 죽으면 수억개의 탄소 12는 그대로 있지만하나의 방사성 원소인 탄소 14의 붕괴가 시작된다. 화석에 있는 탄소 12와 14의비율을 추적해 화석의 연대를 추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은3만5천년 이상된 것에는 적용할 수 없기에 아르곤 40, 39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해저의 주기적인 자기변환를 파악하거나 화산의 용암과 화산재의 시기,세포의 분자시계 등을 이용해 연대 측정 등을 이용해 연대 측정의 정밀도를높인다. 그럼에도 46억년의 장막을 걷어내지 않은 지구의 역사 속에서, 한반도초기 인류의 흔적을 밝혀내는 것마저도 아직까지는 힘겨운 현실이다.

< 인간과 문명의 연대 측정 방법 > @ 역사기록(지금부터 약BC3천년까지) 역사기록은 서아시아에서 약 서기 3천년 전에 처음으로 나타나고세계의 많은 다른 곳에서는 그보다 훨씬 늦게 등장한 문자와 문헌 기록들이시작하는 때까지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쓰인다. @ 연륜 연대측정법(나이테연대 측정법)(지금부터 BC8천년까지 ) 옛사람들이 들보, 기둥, 기타 목적으로쓴 세쿼이아・브리슬콘 소나무・유럽 오크처럼 오래 사는 나무들의 성장테는 미국남서부, 지중해 일대, 서부 유럽 등에 있는 유적을 연대 측정하는 데 쓰인다.

@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서기 1500년경부터 4만년 전까지) 유기질 표본에들어 있는 탄소 14(방사성탄소)의 붕괴율을 재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가속질량분석법과 결합하면 극소량의 표본으로도 연대를 산출할 수 있으며, 나이테연대로 보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 포타슘-아르곤 연대측정법(25만년 전부터생명의 탄생까지) 선사시대 초기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화산암 속의포타슘 46(방사성 포타슘)의 원자의 붕괴율을 측정한다. 화산암층에서 발견된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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