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입력 2004. 2. 5. 11:27 수정 2004. 2. 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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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계킬러’잭 니컬슨임자 만났네 사랑을 하면 온 세상을 얻는 것 같지만, 또는 그렇다고들 하지만 사실 사랑을 할때는 버려야 할 것들이 더 많은 법이다. 혼자나 친구들과는 제 정신으로 가기 힘든식당의 음식값,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 나의 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발에 채이는무수한 가능성(의 애인)들! 일종의 그레이 로맨틱 코미디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사랑을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나이 들어버린 남녀가 엮어가는 사랑이야기다.

뉴욕의 부유한 독신남인 ‘영계 킬러’ 해리 샌본(잭 니콜슨)은 딸뻘 되는 애인마린(아만다 피트)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마린의 별장에 왔다가 마린의 엄마에리카(다이앤 키튼)와 마주친다. 유명한 극작가인 에리카는 여름에도 목을 덮는티셔츠를 입을 정도록 결벽증이 있는 이혼녀. 서로가 서로에게 최악의 인간유형인두 사람은 소 닭 보듯이가 아니라 소 도살자 보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피하지만아만다와 침실에 들려는 순간 해리가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한 집에서며칠동안 함께 머물러야 할 판이다.

영화는 왜 능력있는 나이든 남자는 여자들이 줄을 서는데 능력있는 나이든 여자는인기가 없는가라는, 심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궁금하기는 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에리카의 여동생인 여성학자 조는 이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린다. “나이든남자는 젊은 여자랑 놀기 바쁘기 때문에 나이든 여자들은 밤마다 시간이남아돈다구. 그러니까 맨날 일만 열심히 해서 자꾸자꾸 성공하고, 또 성공한여자들은 남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거라구.” <왓 위민원트>에서 남성이 모르는 여성의 심리를 유쾌하게 풀어냈던 여성감독 낸시마이어스는 <사랑할 때…>에서도 남성과 대비되는 나이든 여성의 심리를 발랄하게그린다. 시간이 지나며 슬쩍 마음의 빗장을 연 두 사람이 침대로 가는 장면은영화의 하이라이트. 비아그라를 사용하지 않아도 작업이 되는 걸 해리는 감격하고에리카는 애무 도중 해리의 혈압을 잰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돋보기를 쓰고혈압계의 수치를 보면서 흡족해하며 섹스를 시도한다.

스무살의 사랑이건 예순살의 사랑이건 버려야 할 건 많고,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영화는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계속 어긋나며 상처받는 두 사람을 통해 노인들의사랑은 점잖고 고상하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라고 말한다. 그러나 육십평생 카사노바 생활의 고독함을 감수하고 표표히 바람둥이로 살아온 해리나 젊은완벽남을 만난 에리카를 서로의 삶 속으로 풀어놓지 않고 굳이 결혼으로 맺어주는결론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영화 중반까지 흐르던 발칙함의 매력을 감소시킨다. 이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다이앤 키튼이 해리로부터 상처입고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몇날 며칠을 엉엉 우는 연기가 압권. 영화 초반 5분 가까이섹시가이였다가 나머지 한시간반 동안 후줄근한 중년남성으로 망가지는 니콜슨은한 인터뷰에서 해리 캐릭터가 실제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밝히기도 했다. 13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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