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담임 조헌정 목사, 조부 친일행적 '참회"

2003. 8. 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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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일제에 항거해 투옥과 죽임을 당한 것을 생각할 때, 현실과 타협하고 일제가 저지른 전쟁의 승리를 기원한 할아버지의 부일행각은 분명히 민족의 지탄이 되는 중차대한 죄입니다." 한국 기독교계의 대표적 진보교회 서울 명동 향린교회 담임 조헌정 목사(49)가일제시대 일본에 부역한 조부의 잘못을 공개석상에서 고백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려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1일 향린교회와 개신교 대안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 따르면 조목사는 지난 10일 향린교회에서 열린 평화통일남북공동기도주일 예배에서 한국 기독교가 과거 민족앞에 지은 죄를 고백하는 `죄책고백선언"이란 제목의 헌의안을 발표하면서, 역시 목회자였던 조부의 친일행적을 고백하며 독립과 통일, 정의실현을 위해 고난당하고 숨진 수많은 영령앞에 용서를 구했다.

조 목사는 이 과정에서 세번이나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조 목사의 할아버지는 경남 사천의 유교집안에서 태어났으나 8살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해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뒤 함경도와 경상도, 전라도에서 41년간 목회활동을 벌이면서 평양신학교 이사, 목포성서신학원 원장, 한신대 전신인 한국신학대학이사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 1970년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조승제 목사. 조 목사는 "겉으로 드러난 할아버지의 이력뒤에는 부일과 신사참배라는 부끄러운 과거가 숨어있다"며 "조부는 1943년 일본기독교조선장로교단이란 일제가 만든 어용교단 창설에 협력해 목포지역 의장을 지냈으며, 이듬해에는 이 교단의 의장과 전남교구장으로 일했다"고 고백했다.

조 목사의 참회를 두고 주위에서는 이미 한참 세월이 흐른 마당에 돌아가신 분의 죄를 손자가 고백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 목사는 "향린교회 목사로 새로운 목회의 길을 시작하는 저로서는할아버지의 죄를 고백하는 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비록 저의 개인적 고백이지만 이 고백이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 목사는 또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운데 하나는 일제시대 저지른일에 대해 회개의 고백이 없는 것"이라며 발표한 헌의안에서 ▲기독교인들이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하고, 중일전쟁.태평양전쟁 등 일제의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협력한 죄 ▲해방 후 분단상황과 한국전쟁때 휴전에 반대하고 북한동포들을 적대시하며 그들의 멸망을 염원한 죄 ▲베트남 전쟁 파병을 지지하며 후원했던 죄를 하나님과 민족, 북한과 베트남에 사죄했다.

조 목사는 `통일목사", `반미목사"라 불리는 홍근수 목사(65)의 뒤를 이어 올해희년(50년)을 맞은 한국 개신교내 진보의 상징인 향린교회 담임자리를 맡은 인물로그 역시 `빨갱이 목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진보적이다.

한신대를 나온 조 목사는 홍 목사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던 80년대 미국으로건너가 유니언 신학대에서 공부한 뒤 88년 메릴랜드에 소재한 벨츠빌 한인교회의 담임목사로 활동했다.

겉으로는 한국사회와 향린교회가 겪었던 시대의 고난에서 비켜서있는 듯 보이지만 조 목사의 삶의 농밀함은 결코 홍 목사에 뒤지지 않는다.

조 목사는 60년대 이후 미주지역 민주화운동의 구심이었던 `북미주기독학자회"를 주도했다.

`빨갱이 목사"라는 별명은 90년대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홍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데모를 벌이다가 붙은 것이다.

민중.해방신학을 공부한 조 목사는 99년 미국 장로교 `수도노회"의 첫 동양인회장을 맡을 정도로 미국에서도 영향력 있는 목회자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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