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일대 CCTV 설치방침 논란
인사동길 동영상 24시간 인터넷 생중계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거리 인사동길 곳곳에 이미 종로구청의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행인과 차량을 24시간 찍고 있었다.
더욱이 인사동 길에서 찍은 폐쇄회로 화면은 종로구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24시간 실시간 생방송되고 있어, 전세계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인사동 행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신의 일상이 TV를 통해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30년을 살아온 한 평범한 남자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트루먼쇼>의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역)처럼 인사동에서는 바로 당신이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인사동 길에선 누구나 말 그대로 영화의 주인공" <인터넷한겨레>는 인사동길 CCTV 24시간 인터넷 생중계를 취재하러 6월30일 오후 인사동 거리로 나섰다.
인사동에 가면 불법주차 단속을 위해 24시간 무인촬영한다는 표지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인사동을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24시간 무인촬영’ 표지판을 ‘교통단속용’으로 받아들여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차량만이 아니라 길을 걷는 자신의 모습이 생생하게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됐을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 행인들은 한결같이 ‘설마’하고 놀랐다.
종로구청은 주차단속과 문화안내(구내명소 소개)를 이유로 홈페이지(http://www.jongno.go.kr/culture/noted_f.html)에서 북인사길, 인사사거리(중인사길), 남인사길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중계해 왔다. 이 카메라의 영상은 거리뿐 아니라 이 골목의 상인과 행인, 차량의 세부모습까지 선명하게 찍힐 정도다.
이 곳에는 총 5개의 CCTV가 있다. 이 중 인사동 11길 입구(노암갤러리 옆), 인사동사거리(경일한지백화점 앞), 인사동 4길 맞은 편(아트사이드 건물과 김영섭사진화랑 사이)에 설치된 CCTV에서 찍힌 모습은 여과 없이 인터넷을 통해 방영됐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인사동 관광안내소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는 이명희(41)씨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히 추진됐다.
인사동길 옥수수 노점아줌마 "그동안 내 모습도 다봤겠구면" CCTV를 통한 마구잡이 촬영은 종로에서 인사동쪽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시작돼 지하철3호선 안국역 인근까지 계속된다. 종로쪽 입구 손수레에서 옥수수와 음료수를 팔고 있는 김아무개(59. 여)씨는 “내 모습도 인터넷인가 뭔가를 통해 다 봤겠구만?” 이라며 되묻는다. 김씨는 “앞으로 주변 여편네들과 수다도 못 떨고, 옷가지나 행실에 특히 신경을 써야할 판이니 기분 더럽다” 고 쓴웃음을 짓는다. 노점좌판을 벌인 관계로 수시로 구청 공무원들과 입씨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김씨는 이름을 밝힐 수도, 대놓고 항의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한다.
김씨는 “왜 알지 않수, 아줌마들이야 장사 하다가 더우면 바지도 걷어올리고, 게걸스럽게 음식 먹으면서 바깥사람 욕도 하는 게 장사하는 여편네들의 형편 아니겠어” 라고 말한다. 김씨는 “내 하루 일상이 그대로 중계된다면 이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 라며 “CCTV가 반드시 철거돼야 한다” 고 목청을 높였다.
인사동 네거리에서 만난 이영은(24. 여. 직장인)씨도 “인사동에 CCTV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다”면서 “황당하고 어이없다” 고 잘라 말했다. 이씨는 “주차단속 24시간 생중계 표지판 때문에 혹시나 하고 염려는 했지만, 지나는 사람들까지 몰래 그것도 마구잡이로 찍어 생중계한다면 초상권 남용이자 인권침해” 라면서 종로구청의 어이없는 처사를 비난했다.
애초의 설치목적은 주차단속, CCTV 설치 이후 달라졌나? 그렇다면 구청이 내세운 설치목적인 불법주차 방지엔 CCTV가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을까. 인사동 네거리 좌판에서 8년째 골동품을 팔고 있는 강호(62. 남)씨는 “하루 10여 차례씩 주차요원이 단속을 다녀도 아무런 개선효과가 없는데, 무인카메라가 있다고 나아졌겠냐” 면서 “종로구청은 단속효과를 기대하고 CCTV를 설치했겠지만 전혀 아니다” 고 반박했다.
인사동 거리 손수레에서 3년째 향기제품을 팔고 있다는 고아무개(25. 여)씨도 “인사동 홍보와 주차단속을 이유로 이 골목 사람들의 의견수렴 없이 CCTV를 설치했다는 것 자체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면서 “아무런 효과도 없는 CCTV를 당장 철거하든가 이곳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시 설치해야 한다” 고 말했다.
“우리 커플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고?” 인사동 풍경이 무인카메라로 찍혀 생중계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젊은 연인들은 황당해했다. 애정표현에 적극적인 젊은층도 자신들의 사생활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데이트를 나온 김태석(25. 학생)씨와 박지연(25. 학생)씨는 “앞으로는 인사동에서 팔짱도 끼고 다니지 못할 것 같다” 면서 “무인카메라를 찾을 수 없는데, 도대체 어느 곳에 어떻게 설치된 것이냐”며 되물었다. 이들은 또 “솔직히 연인끼리는 거리를 거닐면서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것이 예사” 인데 “아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고 잘라 말했다.
인사동 무인카메라 설치사실을 몰랐다는 우현화(33. 여)씨도 “언론마다 CCTV의 사생활 침해문제를 보도해도 나와 상관없는 얘기로 흘려들었지만 앞으로는 어딜 가든 주변에 무인카메라가 설치됐는지 점검하는 습관이 생길 것 같다” 고 말했다.
김미영 <인터넷한겨레> 기자 kimmy@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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