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 넘(?) 내꺼 만들기 <오! 해피데이>

김용운 입력 2003. 4. 2. 09:32 수정 2003. 4. 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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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4월의 첫날 화창한 날씨였다. 극장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예상 밖의 인원들로 인하여 극장 안의 자리가 모자랐다고 한다. 불평을 토하는 말들이 오갔다. 스타파워를 새삼 실감하면서 겨우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출연진들의 무대인사가 시작되었다.

여자주인공 공희지 역을 맡은 장나라씨는 너무너무 재미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남자주인공 김현준 역을 맡은 박정철씨는 이 영화를 통해 성형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만큼 연기변신을 했다는 말이었다.

윤학열 감독은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의 자세로 촬영에 임한 스텝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전원일기의 일용엄니 김수미씨는 50만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중견 텔런트 김혜숙씨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 쪽에서 신인상을 받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만우절이었다.

<오!해피데이>는 한 마디로 우리나라 대중문화계에 있어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던 장나라씨의 모든 이미지들이 총동원된 영화였다. 텔레비전의 <뉴논스톱>이나 <명랑 소녀 성공기>, <내 사랑 팥쥐>등을 통해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관객들에겐 매우 친숙한 화면으로 다가올 것이다.

장나라씨의 온갖 표정과 매우 발랄한 행동이 CF 메이킹 필름을 보듯 영화 내내 반복된다. 그녀의 노래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녀의 연기는 성실하고 표정은 풍부해 보였다. 그러나 신선하지 않았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IMG2@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 여자 주인공이 갖은 노력 끝에 결혼에 성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춤추고 흥겨워하며 <오!해피데이>하며 끝나는 영화였다.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주인공 공희지에게 찍힌 남자 김현준은 어느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외국계 회사의 최연소 팀장에다가 런던으로 보석을 사러 가는 애인이 있는 그는 소위 귀공자라고 할 수 있는 남자였다.

반면 공희지는 상고출신에 이름 없는 성우이다. 어머니의 괴팍함은 일정수준을 넘었으며 그녀 역시 왈가닥의 표상이다.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더라면 김현준과 동선이 일치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공희지는 첫눈에 반한 김현준을 꼬시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거기에는 적당한 내숭도 전략으로 깔려있었다. 김현준은 회사에 대한 안티운동을 무마하기 위해 그녀를 만났다가 그녀의 치밀한 계획에 휘말려 결국 발목이 잡히고 만다. 나중에는 그가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IMG3@서로의 신분 차이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통했던 그들이기에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둘은 사랑을 확인하고 웨딩마치를 올린다. 그 배경에는 예식장에서 딸을 낳은 어머니의 극성스런 가문의 내력이 있었다.

공희지의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은 그간 장나라씨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주인공들의 캐릭터 분석을 반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이 영화는 장나라씨에게 딱 걸려있는 영화였다.

상대역을 맡은 박정철씨는 그 추운 겨울 한강물에 뛰어들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나라 아이콘이 아니었으면 <오!해피데이>는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욕쟁이 할머니로 잠깐 등장하는 김수미씨의 연기는 극에서 튄다 싶을 정도로 돋보였다. 직접 쓴 편지로 출연을 부탁했다는 윤학열 감독의 성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 중견 연기자로 자리 매김 했던 김혜숙씨는 그악스러운 희지 엄마의 역할을 극성스럽게 소화해내었다. 아버지로 출연한 장항선씨는 영화가 가벼워지는 것을 적당히 가라앉혔다.

@IMG4@한강대교에서의 마지막 장면이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어색한 CG가 한몫 단단히 했다. 난간 위에 선 연인들의 옷은 바람에 휘날리는데 뒤로 흐르는 한강물은 가만히 멈춰있었다.

그 장면을 찍기 위해 고생한 뒷이야기들이 보도자료의 한 면을 가득 채웠지만 그 고생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박수 쳐 줄 수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장나라씨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여기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녀의 깜찍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 좋다는 친구와 취향이 틀린 것이 안타까웠다. 그 친구가 본다면 만족할 것이다. 박정철 씨의 팬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남자 누드씬을 대역 없이 해냈다.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오는데 주변에서 홀깃 이런 말이 들렸다.

“이 영화 몇 백만 가겠는데”“정말?”“그런데..... 오늘이 만우절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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